연어의 길 연어의 길 글 ; 박동수 모천, 둥지, 아직 어미의 등뼈 가시 삭아 없어지지 않은 날 떠나야 한 어린 가슴에 눈물 흘렀을까 얼마나 그리워 생과 죽음의 경계를 오락가락하면서 먼 길을, 아니 연어의 길을 택해야 하는가 나침반 하나 없는 어두운 바닷길 수만 리 영혼의 소리 영혼의 부름으로 돌아오는 거지 아무 즐거움 없고 죽음만이 있는 곳 내 모천(母川) 그리움일까? 운명일까? 사랑일까? 20040503 흐르는 음악/First of May 기본 2005.05.03
민들레 민들레 글 : 박동수 모질게 찢기고 밟혀도 끈적이는 흰 눈물 가슴속에 채우고 노란 웃음으로 사는 민들레 오직 그대의 사랑이 4월의 봄빛으로 온다면 슬픔만큼 아픔만큼 꽃 웃음을 뿌리리라 그대 향해 못 다한 사랑이면 홍수 속에 잠기어도 홀씨 하나 날려 보내 그대 가까이 뿌리내려 그대 위해 노란 웃음꽃 피우리 시집 : "블꽃으로 사는 마음"에서 20060520 기본 2005.04.28
용암골 갈매기 용암골 갈매기 글 ; 박동수 이른 햇살에 이슬이 힘없이 마를 때 안개 피는 용암 골 개천 갈매기 한 마리 아직은 오염의 언저리서 창백한 빛으로 흐르는 개울 쉴 새 없이 펄럭이며 기웃거리는 마음은 산바람을 일궈내고 자맥질 대신 낄낄거리며 산울림을 만들어내는 갈매기는 누구일까? 강과 바다는 허무한 오염으로 소멸한 청정(淸淨)은 먼 길 허공으로 떠나고 골짜기 실개천을 날아온 갈매기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구름처럼 떠도는 생이지만 거짓과 허망으로 오염되어가는 부표 없는 이 땅과 바다 어찌 외로운 눈물 출렁이지 않을까 구정물로 변해가는 세상 물길 위에 배를 깔고 하루를 사는 티 없이 순박한 미물일지라도 훨훨 나르고 싶지 않았을까 날개를 펴고 아쉬운 마음 쏟아두고 산 깊은 골짜기 날아왔으리. 저 갈매기는 나일까 너일.. 기본 2005.04.15
옛 사람아! 옛 사람아! 글 : 박동수 기억들을 깎아낸 자국 면경처럼 빛나고 사랑과 미움의 길목에서 머뭇머뭇 세월을 잃어가며 13월의 햇수를 꿈으로 헤맨 날 어찌하랴 흐릿한 꿈속에서 나를 찾지 못한 체 과거와 현실을 넘나드는 행보 시간만 접어내는 빈손인 그 날들이 기억 저편에서 서성이고 있음이 살아가는 것은 놓아버리는 것과 놓지 못하는 몸부림의 세월 그래도 하루를 이어내는 시간이 아픔 없이 가버린다면 그나마도 무의미한 것 행여 잊어가는 길 있다면 엮어질 수 없는 인연 세월을 탓하랴. 20050407 기본 2005.04.07
바 위 인왕산 얼굴바위 4월의 바위 글 : 박동수 나는 알고 있다, 내 속에 붉은 선혈이 굳어지던 4월의 날들을 매캐한 최루탄 냄새에 역류하며 동맥 속에 핏물이 튀는 함성 4월의 군화 발자국소리에 신음하든 군중의 음성 내 가슴에 죽음의 종양이 굳어가는 날들을 나는 알고 있다, 마음이 이렇게 서러운 것은 아직도 잔잔하지 못하는 4월이 해일로 다가오고 배일에 쌓인 암울한 탓 싸움이 도심에서 일어나 끝나지 않은 오류의 폐단으로 광화문 네거리 싸늘한 아스팔트 밑에 묻힌 그 날의 영들의 탄식이 들려오고 있음을 나는 4월의 바위, 도심을 내려다 보며 모진 산 비탈에 뿌리 박힌 채 기다리고 있다 재스민 향의 평화롭고 박하 향같이 쏴 한 바람이 도심에서 불어와 내 속에 스며들면 굳어진 슬픈 종양들이 흐물흐물해질 수 있기를 4.. 기본 2005.03.31
하루하루 하루하루 글 : 박동수 아름다운 하늘에 흰 구름 조각 오락가락 바디질로 하루 날을 짜며 오늘의 길이를 재고 바쁜 걸음 종종대든 양지바른 길섶에는 파란 봄나물이 눈에 묻힌 겨울을 녹여냅니다. 강아지 뛰놀든 잔디밭 마른 잎 밑에는 소곤소곤 대며 봄맞이 웃음소리 묻혀있고 하루를 보내고 하루를 맞으면 어제오늘이 될 소중한 시간이 깨우쳐 줌은 내가 살아있다는 깊은 감사로 나를 있게 한 나의 주께 감사로 고이고 있게 한 뜻이 무언가 생각하렵니다. 믿음, 소망, 사랑 2005.03.13
봄 눈 봄 눈 글 : 박동수 하늘과 땅을 이어 내리는 은사 하얀 만나(manna)의 사랑 봄을 향한 퇴폐된 인간의 혼미한 열기에 녹아야 하는 봄눈의 아픔 봄눈을 즐거워 할 새 언어로 토해내는 우리의 노래 국적 없는 언어들의 검은 횡포에 녹아 버리는 광장의 슬픔은 아픈 시인의 마음이여 ! 20050312 기본 2005.03.12
얼음새꽃 얼음새꽃 글 : 박동수 느낌으로도 계절을 아는가. 얼음과 돌 속에서도 눈을 떠 사랑할 수 있음은. 땅 위엔 흔적 없어도 싸늘한 밤하늘의 별빛만으로도 용트림해 꽃 피우는 뜨거운 사랑 아직은 멀리서 들리는 이른 봄의 발자국 소리 스스로 몸 흔들어 훈기를 뿜어내는 부드럽고 질긴 혼이여! ==================== * 얼음새 꽃 * 일명 복수초. 설련화. 원일초 라고도 한다. 스스로 열을 내어 눈을 녹이며 봄이 미처 오기 전 눈 속에서 핀다. 그 주위는 따뜻한 기운이 있다고 한다. 20050222 기본 2005.02.22
나를 사랑하는 님이여! 나를 사랑하는 임이여! 신앙시 : 박동수 함께 있을 때 사랑을 느끼지 못 했습니다 황량함이여 모래바람 불고 뜨거운 열풍이 부는 더 넓은 사막 어디인가 숨 막히는 방황 중 사막 먼 깃 에서 희미한 당신의 빛을 그것이 사랑임을 깨달아 집니다 함께 있음에 지혜를 깨닫지 못 했습니다 파도 높게 일고 세찬 바람이 불어와 풍랑으로 갈 길을 잃어 가슴이 울렁이는데 저 물길 끝에서 따스한 당신의 손길 그것이 지혜임을 알게 되였습니다 축복이니 함께 있음에 알지 못 했습니다 사막길이 드리워진 황량한 강토 부스러지는 곳에서 야위고 있을 때 황야에 불어오는 시원한 비바람 그 끝 자락에서 미소 짓는 포근함 당신의 축복임을 알게 되였습니다 사랑이신 당신 지혜이신 당신 축복이신 당신 나를 지키시는 그대앞에 무릎 꿇고 내 모든 것을.. 믿음, 소망, 사랑 2005.02.21
하늘이여, 땅이여! (장시) 하늘이여, 땅이여! (장시) 글 : 박동수 하늘은 말갛게 얼어 버렸다. 멀어져 간 천국의 소리 들리지 않네 열기 품고 사는 긴 부리 불 새라도 쪼아대면 행여 유리처럼 부셔질지 모르지만 언 하늘은 답답하다. 흩날리는 불확실성 대지는 회색으로 펼쳐지고 차디찬 언 하늘과 맞닿아 있네 하늘이여, 땅이여! 가끔은 피뜩피뜩 떨어지는 빗방울 피 빛으로 울고 어쩌다 화살처럼 날아온 언어(言語)의 비수가 얼어버린 하늘 한 모퉁이를 뚫어대는 듯 했지만 어느새 가슴 울먹이는 빈약한 영들을 깔아뭉개고 앉은 차가운 시선에 까만 안개가 되어 어느 못난 호수 속으로 사라지고 방탄조끼 같은 거짓들의 냉소 속에서 화살은 녹아 핏물처럼 흘러내린다. 저 냉소적 하늘은 언제 엿물처럼 녹아 내려질까? 헐떡이는 작은 새들은 솜털까지 얼어 붙어.. 기본 200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