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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편지 1. 2

어머니의 편지 1 글 ; 박동수 뒤뜰에 네가 심은 용설란이 하얗게 피었단다 추운나라 속옷 한 벌 보내 마 챙겨 입고 끼니 거르지 마라 30년 세월 아직 도착 않은 소포 편지지 자국 그대로인데 어머니는 흰 버선 신으시고 종종 가시고 귀밑머리 서리 낀 세월 아직 집배원 기다리는 마음 애닯다 천국에도 용설란이 피었는가 용설란 하얀 빛으로 밤마다 내 가슴을 두들기며 얘야 설 명절인데 어떻게 챙겨 먹고 입는가 또 무엇을 소포로 보내시는 걸까 백발 머리 성성한 세월 가슴에 쓰여 진 편지 우체국 차 앞을 서성이는 마음 설웁다 어머니의 편지 2 글 : 박동수 간밤에 허리 통증에 잠 설치고 있는데 네가 왔더구나 쓰다듬고 주무르더니 쉬 잠을 자고 일어 났다네 반세기 흐르는 세월에 한번도 어머니 허리 주물러드린 기억 없어 ..

기본 2004.06.18

허리 삐든 날

허리 삐든 날 글 : 박동수 삐끗한 등 허리 우주가 내려 앉았다 솜털이 하얀 셋 아이들의 운동장, 놀이터가 삐쳐 휘어진 등뼈에 생각 나는 것도 굽는다 세월은 노을 산에 걸린 해가 되여 바랜 빛으로 부서져 내리네 어린 새 나이 들어 날아가고 무디게 굽혀진 등걸에 새끼의 쪼아댄 깊숙이 패어진 주름 살아온 세월의 눈물자국 세며 구겨온 나이 노을 길 쟁기지고 걷는 암소처럼 네 발 엇박자 되어 걸어가네 Music : 청산에 살리라 / 조수미

기본 2004.06.10

아카시아 꽃

아카시아 곱게피는 오월 강가에서 글 : 박동수 용암 골 골짜기 깊은 데서 다급한 꾀꼬리 울음소리 눈물 겨운데 돌 뿌리에 부딪혀 머뭇거리는 하얀 개울물 정처 없이 바쁜 오월 풀꽃 사이로 비벼대는 정갈한 바람소리에 춤사위 벌이든 오월의 요정들이 하얀 옷 곱게 두르고 녹색 섶에 살며시 기대어 서네 날개소리 윙윙거리며 청명한 한 나절 바삐 날든 벌들의 잔치에 부풀어진 白花는 애꿎은 풀 꽃 위에 머리 풀어 헤치니 향기에 취한 미물조차 꿈틀대는 오월의 하루. - 음악 -

기본 2004.05.22

댄 서

댄 서 글 : 박동수 덴서 (1) 흐르는 음악에 내 육신을 걸어 마음 속에 누적되어 있는 활화산 같은 뜨거운 기를 하늘로 치든 발 끝으로 쏟아 내는 댄서의 춤 서러워 져가는 인생길을 열어 가는 저 바람에 싣고 백색으로 바래진 구름 위로 둥둥 띄워 보낼 수 있다면 영원히 쉬지 말고 돌고 돌아 평화의 이 땅을 위해 춤을 추리라. 댄서여! 댄서여! 댄 서 (2) 구두 뒤축에 힘을 주어 밟아가는 지구 머리에서부터 발꿈치까지 내려 앉은 무거운 오염들은 내 심장을 짓누르고 걸러지지 않은 부조리로 엉킨 역사의 한 모퉁이는 시커먼 숯덩이처럼 메 말라 가는 지금 부셔지도록 밟아 지구의 속 속에 불타는 활화산의 불덩이에 던져 사그라지도록 태울 수 있다면 나는 영원히 쉬지 않은 댄서의 몸으로 춤을 추고 싶을 뿐이다.

기본 2004.05.20

날 궂은 날 나의 일기

날 궂은날 내 일기 글 : 박동수 내 고향 (1편) 샛바람이 세게 부는 날 파도는 어깨를 들먹이며 모래 불을 때리고 가벼워 진 모래는 나를 향해 몰아오며 어리석은 놈 시(時) 날도 모르며 살았는가? 네가 살든 옛집은 신축에 부셔나가고 좋아하든 해당화는 공해에 멸절 되었는데 그 긴 세월 무얼 하다가 이제 여길 고향이라 찾아 든 건가 그리운 사람들은 모래로 빚은 묘지에 둥지 틀고 미루나무 울타리는 어딜 가고 보이지 않은 바람벽만 세월을 싸고 있지만 골목 길섶에는 잎 넓은 토란이 웅성대는데 싸 들고 간 내 꿈 어디에도 둘 곳 없어 허둥대며 돌아보는데 정지 문 열고 허리 굽혀 나오는 늙은 어머니 세월이 이렇게 깊었을까 눈물 속의 환상 쇠꼬챙이 길게 갈아 개구리 등허리 찍든 날 밤마다 섧게 우는 개구리 새끼 찾는..

기본 2004.05.12

결 별

결 별 -계절에 붙여서 쓰는 글- 글 : 박동수 봄날 피는 꽃들의 미소 조용한 바람 끝에 그윽한 향기는 결별의 상처로 부서지는 그 아픔을 달래 보려는 한숨일까 푸른 초록에 구르며 다가 온 여름 싱그럽게 풀 향을 날리고 초록의 덧옷 입는 것은 또 한번의 이별을 감추려는 멍든 아픔의 빛인가 지고 시들던 날 미소와 향기는 세월에 할퀸 상처로 멍든 가슴에 또 한번의 마지막 결별을 슬퍼하는 흔적이리 떠나고 보내는 나날 내 여기 짙은 풀 섶에서 너와 함께 발돋움을 하며 별을 새든 추억의 그림자에 손때 묻히며 아쉬운 가슴 여미어 보리라 20041019 Music : If I leave(나가거든)

기본 2004.05.10

녹색 하늘이 흔들릴 때

녹색 하늘이 흔들릴 때 꽃의 계절, 4월은 빗 속으로 돌아가고 이제 5월 황토색 위에 뿌려놓은 온갖 색도 점점 바래져 가고 보리 싹의 낙서로 푸르게 변해 가는 신록이 헤픈 오월의 웃음 속에서 흘러 나오고 하늘을 오르지 못한 흰 바람에 나부끼는 잎으로 더 넓은 지구는 청록으로 변해 간다. 애처롭게 할딱이던 꽃잎에서 느끼지 못하든 율동들이 나무 잎에서 일면서 생명의 움직임이 느껴지게 한다. 난무하든 원색을 벗어나 우울하고 슬픈 날에도 싱싱한 초록 잎에 흔들리다 보면 살고 싶은 욕망을 가슴 뻐근히 다가오는 계절. 꽃의 아름다움은 관능적이라고 하면 잎은 좀더 정신적이라 할 수 있다. 푸른 잎들의 움직임에서 우리는 우주의 감각을 느낄 수 있고 창조자의 눈길과 영원한 음률을 느낄 수 있다 바람에 움직이는 율동에서 ..

비 온후의 오월에

비 온후의 오월에 봄인줄 알았더니 무슨 샘인지는 몰라도 무더운 여름 흉내로 땀방울을 즐기더니 이젠 빗방울을 머금은 채로 돌아서서 싸늘한 봄 시샘을 하는지 차다 그래도 내려 오는 빗줄기에 앙금은 풀어지고 스멀스멀 하늘 밑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같이 작약 꽃잎을 긁어 대니 5월은 그래도 헤픈 웃음을 웃으며 빗속에서 든 꽃을 피우네. 목단 꽃도 한창이고 꽃도 한창이다 빗속에서는 연두빛을 봄기운이 농 짙은 녹색으로 산실의 안간힘처럼 용트림으로 그려 낸다 비는 계절의 뒤채임을 벗어나며 늘 푸른 들녘을 밟아나가 짙게 채색을 즐기며 5월을 만들고 즐거운 종달새는 아직 보리밭에서 우는 것인지 노래하는 건지 소리 내고 있네.

기본 2004.04.30

불꽃으로 사는 마음

불꽃으로 사는 마음 글 : 박동수 인두 끝으로 여민 잿불처럼 불덩이로 사는 것은 이 한 몸 사랑으로 인 치신 다시 볼지 모르는 당신 그리움의 불길입니다 사모하는 마음 영원인 것은 믿음으로 다시 태어나는기다림이니 불덩이처럼 타는 가슴속 죄스러운 영혼 쇳물처럼 녹아 내릴 때까지 훨훨 타려 합니다 어느 누가 내 영혼을 용광로 속 불길로 타 버린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당신 그리움의 쓰라림보다 불꽃으로 태우며 사는 삶이 더 평안일지 모릅니다 20040421 MUSIC : Dear you/김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