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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雪)

눈 (雪) 글 : 박동수 너를 만나는 순간 왜 이렇게 바보스러워 지는지. 반 백 년을 웃고 울고 소리치며 깨알처럼 써놓은 사연들이 백색으로 지워지고 보이지 않은 것이. 하늘에서 내 한 가슴 아픔 사랑으로 지우고 새봄 새 싹처럼 다시 열라는 것인가 사랑과 이별로 더 깊은 쓸쓸함이라도 가슴에 기억으로 남기지 말고 눈처럼 하야케 훨훨 나는 눈물 없는 이별을 배우라는 건가 20050120

기본 2005.01.20

겨울나무

겨울나무 글 : 박동수 낙엽이 바람에 날려가고 겨울이 연한 살결 밖으로 나이테를 그리면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얼어가는 땅속 깊이 생명을 잉태할 산실을 준비하고 있구나. 아침 눈바람이 날리면 차가운 잔가지엔 대지의 입김으로 얼음 꽃 피워 물면 나목(裸木)으로 떨어야 하는 겨울나무 뿌리로 내려진 생명의 혼 봄 싹을 위해 산고를 치르며 봄을 향해 부를 사랑의 음률을 익히고 있으리라. 나이테 하나에 고목으로 변해가는 너는 천 년 인고의 나이테 속에 삶의 사연 갈무리해도 침묵인 채 반복되는 새봄의 잉태를 위한 신음으로 입술 깨무는 겨울나무여! 봄 꽃 피우는 날 새 태양이 네 앞에 솟아 오르리라. 20050113

기본 2005.01.13

또 가네 (歲月)

또 가네 (歲月) 글 : 박동수 또 찬 바람이 불어오네 바람 끝에 선 섣달 마지막 차가운 날 노을이 지는 세월 나도 가야하는 이치 강물에 띄운 낙엽처럼 흘러가는 걸 애써 머뭇거려 보지만 남은 세월보다 흘러온 세월이 더 많은걸 보면 원망할 회한은 없지만 새벽 물안개 보듯 가슴 아리고 별 헤이듯 그리움이 쏟아져 오네 바람 따라 해가 가면 아지랑이 너울처럼 아릿한 마음 흘러 보내며 나 또한 가야 하리 20041227

석 양

석 양(夕陽) 글 : 박동수 종일 일렁이는 파도 속으로 지쳐 떨어지는 해 깊숙이 잠길 때 바다 물은 검게 물들고 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물속으로 갈아 앉히며 달려온 하루 날의 하나하나 생각으로 잠긴다 긴 하늘 길 달려온 해는 달아 오른 몸을 식힐 때 어두움도 바다에 내려앉고 종일 내려본 세상의 아픔들을 물길에 씻어내면 가슴 아픈 트림으로 바다는 포효하며 파도가 되고 해는 더 깊이 갈아 앉네 너는 뜨겁든 날 네 시(詩)로 지구를 흔들어 욕망 없는 영혼을 구하였든 들 세상은 평화를 누릴 것을 계절 다 흐른 날 되어 어찌 물속으로 떨어지는가 20041120 - music -

기본 2004.11.20

사랑은

사랑은 글 : 박동수 가슴 깊은 곳 사랑이 소용돌이 치는 날 기다리든 사람 생각에 잠깁니다 민들레 씨앗처럼 가볍고 순(筍)처럼 애처로운 인생이라지만 이 한 순간은 강하고 질기게 생각 됩니다 삶은 유약한 흐름의 슬픔이라지만 가슴 깊이 자리한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환희 세월을 빠르게 해쳐 가지만 그리운 이의 기다림은 언제나 멈추어 선 시간 입니다 200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