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하늘이여, 땅이여! (장시)

靑鶴(청학) 2005. 2. 6. 19:59

          하늘이여, 땅이여! (장시) 글 : 박동수
          하늘은 말갛게 얼어 버렸다. 멀어져 간 천국의 소리 들리지 않네
          열기 품고 사는 긴 부리 불 새라도 쪼아대면 행여 유리처럼 부셔질지 모르지만 언 하늘은 답답하다. 흩날리는 불확실성 대지는 회색으로 펼쳐지고 차디찬 언 하늘과 맞닿아 있네
          하늘이여, 땅이여! 가끔은 피뜩피뜩 떨어지는 빗방울 피 빛으로 울고 어쩌다 화살처럼 날아온 언어(言語)의 비수가 얼어버린 하늘 한 모퉁이를 뚫어대는 듯 했지만 어느새 가슴 울먹이는 빈약한 영들을 깔아뭉개고 앉은 차가운 시선에 까만 안개가 되어 어느 못난 호수 속으로 사라지고 방탄조끼 같은 거짓들의 냉소 속에서 화살은 녹아 핏물처럼 흘러내린다.
          저 냉소적 하늘은 언제 엿물처럼 녹아 내려질까? 헐떡이는 작은 새들은 솜털까지 얼어 붙어서 떨고 지혜의 넋들의 눈물조차 얼어 굳어진 회색의 땅 언제 별들이 주루루 쏟아 내리는 푸른 하늘이 오려나
          펑펑 쏟아져 봐라 쇳물처럼 뜨거운 장대비 같은 거라도 후두두 떨어져 봐라 장작불에 달구어 태운 작은 새떼의 몸뚱어리라도 가슴속의 불길을 뿜어 제 몸 불사르는 불 새라도 때로 몰아오려무나 얼어버린 하늘을 녹일 수 있다면 그건 새로운 창조이리라
          회색 빛 공간을 질주하면서 뜨겁게 사르고 새로운 태양이 솟아 머무르게 하려무나 그땐 내 천 년을 돌부처처럼 앉았어도 숨 가쁘지 않은 맑은 소리들 마른 눈가에도 눈물이 없고 오직 의미 모를 잔잔한 미소 가슴속 마음들이 싱그러운 녹색으로 되면 얼마나 평화로울까 이 겨울날의 하늘이여 땅이여!
          200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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