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글 : 박동수
낙엽이 바람에 날려가고
겨울이 연한 살결 밖으로
나이테를 그리면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얼어가는 땅속 깊이 생명을 잉태할
산실을 준비하고 있구나.
아침 눈바람이 날리면 차가운 잔가지엔
대지의 입김으로 얼음 꽃 피워 물면
나목(裸木)으로 떨어야 하는 겨울나무
뿌리로 내려진 생명의 혼
봄 싹을 위해 산고를 치르며
봄을 향해 부를 사랑의 음률을
익히고 있으리라.
나이테 하나에 고목으로 변해가는 너는
천 년 인고의 나이테 속에
삶의 사연 갈무리해도 침묵인 채
반복되는 새봄의 잉태를 위한
신음으로 입술 깨무는 겨울나무여!
봄 꽃 피우는 날
새 태양이 네 앞에 솟아 오르리라.
200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