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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골 갈매기

靑鶴(청학) 2005. 4. 15. 01:08

용암골 갈매기

 

                                      글 ; 박동수


이른 햇살에 이슬이 힘없이 마를 때
안개 피는 용암 골 개천
갈매기 한 마리
아직은 오염의 언저리서
창백한 빛으로 흐르는 개울
쉴 새 없이 펄럭이며
기웃거리는 마음은 산바람을 일궈내고
자맥질 대신 낄낄거리며
산울림을 만들어내는 갈매기는 누구일까?


강과 바다는 허무한 오염으로
소멸한 청정(淸淨)은 먼 길 허공으로 떠나고
골짜기 실개천을 날아온 갈매기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구름처럼 떠도는 생이지만
거짓과 허망으로 오염되어가는
부표 없는 이 땅과 바다
어찌 외로운 눈물 출렁이지 않을까


구정물로 변해가는 세상 물길 위에
배를 깔고 하루를 사는
티 없이 순박한 미물일지라도
훨훨 나르고 싶지 않았을까
날개를 펴고 아쉬운 마음 쏟아두고
산 깊은 골짜기 날아왔으리.


저 갈매기는
나일까 너일까?
푸른 강과 바다는 돌아갈 꿈으로만
남는 걸까.


                           200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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