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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위하여

누가 누구를 위하여 - 어느 날의 푸념에서 - 어느 날 나는 천사가 되었다가 어느 날 나는 사탄이 되기도 했다 하루는 꽃처럼 고왔다가 하루는 굼벵이처럼 징그럽기도 했다 날이 밝아지는 아침이면 싱그러운 꽃잎으로 나풀거리고 해 지는 노을 저녁엔 민들레 씨앗처럼 또 다른 삶을 위하여 정처 없이 떠나버리는 바람에 의지한 무기력한 종말의 신호가 되어 버린다 누가 누구를 위하였을까 누가 누구의 존재를 위한 희생일까 돌아서서 펼쳐보면 모두가 나 하나를 위하여 천사였고 나 하나를 위하여 사탄이었을 뿐이지 매미일까, 굼벵이일까 스스로의 정체를 알 수 없어 종일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 그래서 세상은 아픔이지 훤한 대낮에도 매미처럼 울지 못하는 가슴 아픈 시인들 아픔은 희생일까 투쟁일까 음.. 또 하루를 몇 줄의 시어를 고르..

내가 얼마나 컸을까

내가 얼마나 컸을까 글 : 박동수 내가 얼마나 성장 했을까 나는 늘 그렇게 생각을 하곤 한다 하루아침에 부쩍 늘어난 나팔꽃 넝쿨이 담장을 넘어서는 일이라던가 밤사이에 활짝 피어버린 해바라기의 긴 목이 해를 향한 시간 나는 얼마나 컸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 저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한 점 부끄럼 없이 처다 볼 수 있을까 생각 한다 어느 날 먼저 가버린 친구가 내게 말 했다. 술은 왜 먹는 건지 아냐고 나는 술을 잘 못한다. 그 친구는 매일 술기운에 사는 것 같아 여러 번 내가 왜 술을 그렇게 마시는 거야 물었더니 그 답은 이것이다 술을 많이 먹는 것은 술기운에 쌓여 내가 얼마나 자랐는지 알고 싶지 않기 때문 이란다 내가 얼마나 자란지 알면 그만큼 많은 것을 해야 하고 아니면 그만큼 작아져야 한다..

기본 2011.08.15

추억

추억(追憶) - 쓸쓸한 기억이 있는 아침 - 소금끼 눅눅한 바람이 바지가랑이 사이로 휘 돌아가는 그 어느 날 햇빛 사이로 아른거리는 실같이 줄줄이 스며드는 기억들 해당화 꽃잎을 따 물던 입술 사이로 먼먼 추억이 빛처럼 흘러 내린다 바닷가 긴 백사장이 열린 고향바다 해당화는 가시 사이로 붉은 입술을 밀며 사랑의 밀어가 빨갛게 물들고 찌릿찌릿하게 느껴지는 사랑의 감촉이 있던 그 옛날의 기억이 이젠 추억으로만 화면처럼 새겨지고 한겹두겹 떨어지는 해당화 꽃잎이 가슴에 묻어둔 기억의 파편이 되어 세월의 허허함으로 닥아 온다 바람이 지나가며 쓸려가는 바닷가 모래 언덕에 오늘도 해당화는 붉게 피는데... 20110807 - 청학 시작 노-트에서 -

고백

고백 글 : 박동수 부끄러워 할 일들이 바닷가 모래처럼 널브러져 있는 시간 속에 나는 웅크리고 있다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처다 보는 사람 사람들의 눈동자를 향해 괴로워하며 그 눈 속에 보이는 작은 빛에도 버릴 수 없는 사랑을 따습게 느끼며 몸을 떤다 이 무더운 밤에도 바람은 별을 쓸어가고 남아있는 캄캄한 어둠일지라도 나는 부끄럼 없는 길이 어디엔가 있으리라 더듬으며 숨을 들이 킨다 20110718

기본 2011.07.18

바다를 품고

바다를 품고 글 : 박동수 소금처럼 짠 긴 세월을 물 한 모금 마시며 나는 바다 하나를 품었습니다 거친 세월 날 이 바다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갈무리 했던가 가끔 바다는 폭풍을 몰아 속내를 조각조각 뿜어내려 하지만 바다는 스스로 흔적을 감추는 인고의 눈물로 바다는 더 짜워 집니다 살 동안 많은 사연들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들의 짠 소금물을 갈무리 할 바다를 하나 품고 있습니다 20110513

기본 2011.05.14

5월의 가시장미

5월의 가시장미(4) 글 : 박동수 흐느끼며 돌아선 4월의 영혼들 장미 가시에 죽은 릴케의 아픔만큼 조국의 정의를 위해 붉은 피를 흘리다 새빨간 5월의 꽃 가시장미가 되었으리 누가 있어 조국의 상처를 지키랴 불행을 가시로 막아내고 하늘을 향해 조국이여 영원하라 조국이여 평안하라 소리치고 싶었으리 내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일지라도 붉은 핏물을 토하며 하늘을 향해 그 4월의 분노처럼 소리 높이 치며 가시로 막으며 세운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5월의 가시 장미가 되리라 4월의 혁명을 기억하면서 (1960년4월 19일) 20110428 시작 노트 * 4월의 영혼 : 1960년 4월19일 날 독재를 향해 소리치든 광화문 네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사라진 대학생, 어린 학생들의 영혼. 그들은 조국의 부정부패에 맞서 일어났..

기본 2011.04.30

"4월의시 2편

4월이 오면 글 : 박동수 4월이 또 잊지 않고 꿈틀거리는 생명의 본능을 씨앗과 함께 구덩이마다 한 웅큼씩 놓고가네 봄비 속에서 파란 이파리의 꿈을 펼치며 점점 푸른빛으로 대지를 채색하고 향수의 꿈으로 가슴속 신열이 붉은 빛으로 산을 덮치는 4월 시작의 뜨거움이 꽃 사랑으로 중독 되어간다. 시집 "사랑은 그렇게 오나보다" 에서 20070330 4월이면 글 : 박동수 보라빛 하늘을 물들일 때 4월은 연보라 제비꽃을 안고 누렇게 퇴색된 땅 위에 다독일 생기를 안고 왔을 터 아직 기지개도 펼 수 없는 메마른 가시덩굴 밑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을 그때 자유를 위해 영혼을 살라먹던 그 젊은 4월의 혼들이 푸른 잎을 먹고 부르는 파랑새의 파란 노래를 듣고 싶어 하리라 시집"그대 눈동자"에서 20080402

기본 2011.04.23

대리운전사 시인(詩人)

대리운전사 시인(詩人) 글 : 박동수 시집(詩集)을 깔고 앉은 시인 핸드폰 호출에 시(詩)들은 어두운 밤거리로 사라진다 담배 연기 속으로 사라져가는 시(詩) 멀어져 가도 궁핍한 주머니가 허전할 뿐이다 거리엔 시(詩)들이 허우적거리는데 쇼윈도 속 고깃덩이가 되어 핏물 속에 시를 흘려 보내고 휴대폰소리에 어둠 속으로 찾아가는 대리운전사 시인(詩人) 오늘만큼은 폭설처럼 내리는 별을 안고 시집 속으로 발길을 돌리고 싶다. 20110417

기본 2011.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