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위하여
- 어느 날의 푸념에서 -
어느 날 나는 천사가 되었다가
어느 날 나는 사탄이 되기도 했다
하루는 꽃처럼 고왔다가
하루는 굼벵이처럼 징그럽기도 했다
날이 밝아지는 아침이면
싱그러운 꽃잎으로 나풀거리고
해 지는 노을 저녁엔
민들레 씨앗처럼 또 다른
삶을 위하여 정처 없이 떠나버리는
바람에 의지한 무기력한
종말의 신호가 되어 버린다
누가 누구를 위하였을까
누가 누구의 존재를 위한 희생일까
돌아서서 펼쳐보면 모두가
나 하나를 위하여 천사였고
나 하나를 위하여 사탄이었을 뿐이지
매미일까, 굼벵이일까
스스로의 정체를 알 수 없어
종일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
그래서 세상은 아픔이지
훤한 대낮에도 매미처럼 울지 못하는
가슴 아픈 시인들
아픔은 희생일까 투쟁일까
음..
또 하루를 몇 줄의 시어를 고르며
속울음을...
- 淸鶴 박동수의 수첩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