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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運命) 1

운명(運命) 글 : 박동수 세찬 바람에 날리는 진눈개비 소멸이 듯 하얗게 지워가고 가슴 아픈 가난한 이웃들 아직 따스한 가슴을 느끼기 전에 찬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한 해를 가름하는 계절 주름 늘고 마음은 낡아지는데 돌아서 보면 건너뜀도 없이 또박또박 딛고 온 발자국의 무게 어디엔가 늘어놓고 하나하나 뒤적여 보고 싶지만 흰 눈은 무정하게 내리기만하네 장미 빛 입술로 허욕을 쫓는 기름 낀 무리들은 들을 수 없는 가난의 허한 소리 낡은 아파트의 난간을 스쳐가지만 말없이 내리는 흰 눈은 넘어갈 달력조차 희게 소멸시켜도 카멜레온처럼 스스로 변하지 못하는 때 묻은 생의 긴 한숨만 찬 벽에 독백으로 서릴 뿐 Una Furtiva Lagrima - Giovanni Marradi 20130104

기본 2013.01.05

겨울

겨울 글 : 박동수 마치 의식이 굳어지는 차가움 햇살마저 비켜가는 냉정한 인심이 듯 두터워 지는 얼음 두께만큼 초라해져가는 냉기뿐 따스운 정의가 없는 차가운 우리의 겨울 입니다 봄은 다시 오는 계절이지만 이 시간만은 피어오를 수 없는 깊은 빙하의 계곡 속 언 손을 흔들며 바람에 날려보는 희망이 깃발처럼 찢겨나가는 처량한 우리의 겨울입니다 20121217

기본 2012.12.30

그대는 내게 첫 눈이었습니다

그대는 내게 첫 눈이었습니다 글 : 박동수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듯 하얀 빛으로 오는 차가운 첫 눈의 설레임 그대는 아무것도 없는 듯 내게 다가온 너무 많은 것을 주신 첫눈 같은 설렘이었습니다 생명이 죄 빛에 물들어 다시는 해어나지 못할 내 영혼을 위한 그대 탄생은 12월의 은총 영혼의 설렘을 주신 첫눈 같은 은총이었습니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 질퍽한 진눈개비 슬픈 12월의 얼어 붙은 가슴에 그대는 소록소록 내리는 가슴속 설렘을 주신 첫눈 같은 사랑이었습니다 2012127 - 12월의 탄생을 위하여 -

말하고 싶은 충동

말하고 싶은 충동 글 : 박동수 동녘에 떠오르는 저 태양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그 속내의 분노를 어느 호수에서 식히고 다시 저 높은 하늘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하는가 땅위의 사람들은 아직 숱하게 쏟아내는 언어가 내 이웃을 해치고 내 친구를 해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걸까 추한 언어의 환란이 이 땅에 쏟아지고 있는 지금 태양은 불꽃을 뿜으내며 말을 하고 싶다 종일 시달리는 태양의 속내는 어느 호수에서 씻어 내고 내일의 하늘을 다시 떠올라 올까 20121202

기본 2012.12.03

하늘과 구름 그리고 가을에 묻힌 땅

하늘과 구름 그리고 가을에 묻힌 땅 글 : 박동수 누가 그렇게 높이 솟고 누가 그렇게 우울하게 밀려와 가을의 쓸쓸한 바람을 알게 하라 하였는가 어디서 어디로 가든 너는 가을의 구름이고 내 너에게 이별의 그리움을 말 한들 넌 가을날 떠도는 구름일 뿐 살면서 숱하게 맺은 인연 고울 줄만 알았지 이렇게 괴로울 줄 매듭을 풀면서 살아야겠지 흘러왔다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면 그만일 걸 까슬까슬한 찬 햇빛 막아설 일 아니지 않는가 왔다가 가버리면 그만일 걸 들꽃처럼 언 땅으로 홀씨하나 날리는 것은 아직 기다릴 미움 남은건가 20121122

기본 2012.11.22

10월의 상처

10월의 상처 글 : 박동수 또 반복되는 무척이나 시린 가을바람이 분다 10월의 까슬까슬한 상처를 스치며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 온 몸을 떨게 한다 오 유월에도 몸을 떨게 하는 말들에 지친 상처가 멍에처럼 목줄을 누르는 날에는 솜털이 뽀송한 가을 새가 되어 낙엽도 스쳐 지나는 바위틈에 소박한 둥지 하나 틀고 군중들이 쏟아내는 언어의 찬 서리가 지나 갈 때까지 청량한 새소리로 취하고 싶어라 20121007 언어의 환란시대다. 사람마다 아무런 부끄럼 없이 쏟아내는 말은 어느새 한 사람의 인격을 부셔내는 엄청난 환란을 일으키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사는 이곳은 청량한 학들이 살았다는 곳이다. 그러나 하루도 멀지 않게 언어의 살(煞)들이 아파트 구석구석을 돌아 어느 순간 본인도 모르게 가슴에 언어의 살..

기본 2012.10.12

추석 한가위 날 밤 하늘에 걸린 달

2012년9월28일 내일 추석에 우리는 제사도 없고 복잡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금산 인삼골 켐핑장에서 이번 추석을 지내기로 하고 떠났다. 많은 차들이 붐빈 고속도로를 무려 8시간만에 도착한 켐핑장에 도착 자리를 잡은 다음날 9월29일 밤 한가위달이 정말 뚜렷하게 어둠을 깨고 나섰다. 사는 동안 무엇에 쫓긴지도 모르게 저 아름다운 달을 처다본지가 까마득하다. 이제 마음을 풀고나니 달을 처다볼 수 있는 틈이랄까, 아니면 세월을 구겨서 갈무리 해야 할 나이인가.생각하면서 달을 카메라에 담으려 여러가지 노출방법으로 섯터를 누른 결과 꽤나 어려운 기술인가 싶다.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노출 방법을 되는대로 해본 결과다. 나무가지에 걸린 달을 찍고 싶은 생각이지만 캄캄한 밤 환경에서 달과 나무 가지의 모양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