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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生家)

草家에서 瓦家로 주인이 바뀐 시인의 生家 생가(生家) 글 : 박동수 방 두개 골방 하나 부억 헛간 식구는 여섯 할아버지 생전 엽전을 궤어 넣었다는 큰 괘짝이 있던 뒷 골방 어머니는 골방에서 황금 방망이를 봤다고 하셨다 가마니 갉아대는 쥐 소리 도깨비가 살고 있는 줄 알고 무섭다 권집사 목수가 연장을 메고 왔을 때 마당 서쪽에 두 칸 방과 곡식창고가 세워 졌다 나는 새 방을 전용하리라 낡은 사진을 걸고 책을 책장에 꽂고 빈둥대 듯 누워서 흥얼거리며 꿈꾸던 곳 어머니는 그 방에서 여자 소리를 들었다고 하셨다 이상하다 무섭고 이상하던 초가 아래 채 뒷켠으로 해가 어슬렁 넘어가는 날 낯선 경운기 소리에 옛 집은 미루나무 가지사이로 사라지고 새 조립식 건물의 유리창에는 아버지의 슬픈 얼굴이 어른거리고 저녁 빨간 ..

바람

바람 글 : 박동수 백암산 기슭따라 푸른 바람 불어오고 유월의 부슬비 내리는데 긴 세월 품은 가슴엔 쉰 소리 바람으로 흘러나네 가도 가도 끝없는 여정(旅程) 돌아보며 고향을 등에 메고 고향 빛에 취한 세월 백발이 서성이는 만경(晩境) 산 기슭 꽃가지 옛 같지만 허한 마음 어이하리 세월은 아슬한 깊은 개울 징검다리 같아 건너가야 할 두려움 바람아 불어라 소리로 불어라 20136017 - 청학 수첩에서 -

기본 2013.07.13

5월의 꽃

5월의 꽃 글 : 박동수 5월의 하늘 푸르게 펼쳐지고 짙은 봄기운이 아까시아의 가슴을 열어 향기 뿜으니 그리웠던 사랑들이 봄날 아지랭이로 밀려오네 향기 속에 갈무리 된 달콤한 꿀인듯한 언어로 잊어진 사랑을 일깨워 세상이 따스한 미소로 다가서니 삶의 산야에서 일어난 지난날의 힘겨웠던 삶들이 추억으로 느껴지고 아이처럼 순수한 사랑이 하얀 꽃으로 펼쳐지네 20130520

사계절 인생

사계절 인생 글 : 박동수 바람이 몰고 온 봄 꽃을 보면 생기 나듯 즐거워했고 뜨겁게 몰아친 열풍 속 푸른 나무 잎을 바라보며 희망처럼 즐거워했다 산이 붉게 타던 가을엔 잘 익은 작은 결실에 풍요를 느끼며 좋아했다 산다는 것이 쉽게 아부하며 카멜레온처럼 얄팍한 변덕들이 가슴 에이는 북풍엔 텅 빈 웃음을 입에 물고 몸을 떨어야 하는 사계절 인생 20130307

기본 2013.04.06

아비의 슬픈 기도(탕자의 비유)

아비의 슬픈 기도(탕자의 비유) 글 : 박동수 1. 짙은 한숨에 묻힌 아픔은 가슴 깊은 곳 종양인양 살아 있는 동안 말하지 못한 굳어버린 언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부셔지도록 몸부림치는 푸른 바다가 그 깊은 곳을 들어내지 않듯 말 할 수 없는 가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높이 오를수록 어둔 허공이 속내를 보일 수 없듯 사는 동안 말 할 수 없는 당신만의 슬픈 기도가 하나 쯤 있기 때문입니다. 2. 달이지는 어스름한 저녁 풍요한 요리와 따스한 이웃들의 잔치와 웃음이 가득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픈 기도 하나 동구 밖 서성이는 아버지 사는 동안 말하지 못한 가슴속 깊은 곳에 살을 찢는 기다림 당신만의 슬픈 기도가 하나 쯤 있기 때문입니다 3. 부하고 가난한 자 크고 작은 자 다 끌어안는 깊은 속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