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家에서 瓦家로 주인이 바뀐 시인의 生家
생가(生家)
글 : 박동수
방 두개 골방 하나 부억 헛간 식구는 여섯
할아버지 생전 엽전을 궤어
넣었다는 큰 괘짝이 있던 뒷 골방
어머니는 골방에서
황금 방망이를 봤다고 하셨다
가마니 갉아대는 쥐 소리
도깨비가 살고 있는 줄 알고 무섭다
권집사 목수가 연장을 메고 왔을 때
마당 서쪽에 두 칸 방과 곡식창고가
세워 졌다
나는 새 방을 전용하리라
낡은 사진을 걸고 책을 책장에 꽂고
빈둥대 듯 누워서 흥얼거리며 꿈꾸던 곳
어머니는 그 방에서
여자 소리를 들었다고 하셨다 이상하다
무섭고 이상하던 초가 아래 채 뒷켠으로
해가 어슬렁 넘어가는 날
낯선 경운기 소리에 옛 집은
미루나무 가지사이로 사라지고
새 조립식 건물의 유리창에는
아버지의 슬픈 얼굴이 어른거리고
저녁 빨간 노을이 나를 보고 히죽 웃으며
내 얼굴을 끌어 유리창에
그림으로 숨기고 있었다
201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