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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늙은 황소

봄과 늙은 황소 글 : 박동수 나른한 햇빛이 일렁이는 봄날 둑길위에 새김질하는 소리 울컥 세월의 허무함을 느낀다 말없이 순종의 굴욕으로 생명을 담보 받아 멍에를 지고 살아온 세월 허무와 비애 남아있는 것은 흠뿐인 육체일 뿐 아무것도 없다 밭고랑마다 지친 자신의 숨결 인고의 결실은 권력자의 독식이 되고 세월이 끝나는 날 이름도 없이 푸주간의 걸린 항거할 수도 없는 피 흘리는 살덩이 뿐 20100414

기본 2010.04.19

세상 사는게

세상 사는게 글 : 박동수 뭐 별일 있을까 돌아 볼일도 없고 발걸음을 때어놓고 보니 어디엔가 끈으로 묶인 듯이 앞으로 가지도 못하네 숱하게 내리꽂는 수직의 아픔을 되받아쳐 가며 각을 세워 처 놓고도 오히려 마음 한 켠에 앙금처럼 굳어가는 상처가 아리다 수면처럼 내리꽂히는 빗살도 흔적 없이 지울 수 있다면 내 마음속에는 지금 평화로운 금붕어가 노닐텐데 한해가 넘어가는 턱이 이렇게 높을까 아직도 기억에 둔 그립고 고운 사람들로 아릿하기만 하네 20100101

기본 2010.01.26

야누스의 일기

야누스의 일기 글 : 박동수 거리는 춥다 찬바람이 바지가랑이를 붙들고 핏기 잃은 허벅지는 소름이 일도록 차가워오고 서럽다 종일 허덕이는 삶을 위하여 뒤적여야하는 군고구마 통 한 번도 내입에 넣어보지 못한 군고구마 오늘처럼 추운 날은 배가 부르다 하루하루 붉은 도장을 찍어 누르는 일 수 돈 장부가 아직 여백이 더 많은데 허벅지가 꽁꽁 얼어붙는 밤엔 돈이 더 되는 군고구마 하루분의 일수 찍기에는 여유로워 따뜻하게 행복하다 교회의 청 탑 위 십자가는 점점 금빛으로 변해가고 뱃가죽에 가름기가 수북한 얼굴들이 금빛 십자가 밑에서 아귀얼굴로 소리치는 기도소리는 폭죽처럼 터지는 복만 졸라댄다 군고구마의 맛조차 모르지만 쌀쌀한 거리의 차가움만이 하루의 일수 돈 공백이 줄어드는 작은 바람의 기도는 또 다른 복일까 어둠이..

기본 2010.01.11

노을 2

노을 2 글 : 박동수 한 낮의 열기를 몰아 노을은 서쪽 하늘을 불태우며 아무도 가고 싶지 않는 황혼 길을 연다 불꽃은 더 붉게 타지만 그곳엔 소방차도 없고 아우성치는 사람도 없지만 타는 불꽃 위로 서서히 나는 새들이 줄지어 어디론가 열심히 날고 있을 뿐 아무도 누구도 그곳엔 가고 싶지 않는 외롭고 쓸쓸한 노을이 불타는 황혼 길 아쉬운 시간이여! 20190528

기본 2009.12.06

겨울 밤

겨울 밤 글 : 박동수 섬뜩한 소름이 어깨를 조여드는 쓸쓸함 낙엽은 소리 없이 울고 눈이 내릴 듯한 구름 속에서 어설픈 기운 시대의 슬픈 시인이 떠나간 그 날의 발자국이 생각난다 세상이 추워 따뜻한 군고구마나 군밤이 그립다고 뜨거운 맹물만 훌훌 마시고 그대로 얇은 눈 위로 발자국을 남기며 떠나간 그 날의 시인들 설렁이는 골목 모퉁이에 다시앉아 뜨거운 맹물을 마실 듯한 이 밤이 겨울 밤 으스스 떨리며 작아지는 어깨 몸을 움츠려 본다. 20091120

기본 200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