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내가 얼마나 컸을까

靑鶴(청학) 2011. 8. 15. 09:50
          내가 얼마나 컸을까 글 : 박동수
          내가 얼마나 성장 했을까 나는 늘 그렇게 생각을 하곤 한다 하루아침에 부쩍 늘어난 나팔꽃 넝쿨이 담장을 넘어서는 일이라던가 밤사이에 활짝 피어버린 해바라기의 긴 목이 해를 향한 시간 나는 얼마나 컸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 저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한 점 부끄럼 없이 처다 볼 수 있을까 생각 한다
          어느 날 먼저 가버린 친구가 내게 말 했다. 술은 왜 먹는 건지 아냐고 나는 술을 잘 못한다. 그 친구는 매일 술기운에 사는 것 같아 여러 번 내가 왜 술을 그렇게 마시는 거야 물었더니 그 답은 이것이다 술을 많이 먹는 것은 술기운에 쌓여 내가 얼마나 자랐는지 알고 싶지 않기 때문 이란다 내가 얼마나 자란지 알면 그만큼 많은 것을 해야 하고 아니면 그만큼 작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두렵거나 그것이 부끄러워서 술을 마시는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맞는 말인 것 같다 세상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우리 민족의 얼<魂>을 주워야 하는데 줍는 방법을 모른다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우리 백의민족의 예(禮)를 주워와 사람들의 가슴에 꽂아주고 태양을 바로 보게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모른 단다 그래서 술을 먹어 버린 단다
          그래서 못난 친구라고 했더니 어느 날 나 먼저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저 혼자 먼길 떠나 버렸다 지금 어디쯤 주막에서 한잔을 하는지 아직도 그 방법을 모를까 아니면 영영 찾을 수 없는 그 방법 찾아 어느 허공을 해매고 다닐까 나 역시 아직 내가 얼마나 성장 했는지 모른다 친구의 아픔을 가슴에서 느끼지 못해서 일까
          아! 태양은 쉼 없이 노을을 향해 달려가는데...
          - 어느 날 푸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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