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있는 곳 120

여름 꽃(찔레꽃)

여름 꽃 글 : 박동수한 여름 뜨거운 날여름 꽃 하얀 찔레가 피는 것은아직 떠도는 마음이고향을 잊을까고향 꽃으로 피어 오네바다바람이 개울을 따라짠 내음을 날릴 때면찔레는 연두색 새순과 함께흰 꽃으로 피고나른한 닭들이 졸음을 찾는 곳 멀리 바다가 보이는초가 울타리에 미루나무에는바다 빛 그리워 푸른 잎이 딸랑이던 잊을 수 없는 내 고향그 고향에 가슴 아려옴은 해마다 여름 찔레꽃이 피는 20070601

까치와 아버지

까치와 아버지 글 : 박동수 창가로 아침 햇살이 비치고 까치 한 마리가 아파트 난간에 서성이고 있다 아침 까치가 울어도 반기는 사람 있었을까 아침부터 까치는 미루나무위에서 목 터지게 울던 옛 고향집 아침까치 울면 길하다고 귀하게 거두시던 아버지 떠나가신지 어느듯 반세기가 그립고 보고 싶네 창백하게 여위어가던 마지막 모습 회오(悔悟)의 아침 거두는 이 없는 까치가 아파트 난간에는 왜 왔을까 아버지의 이야기를 갖고 왔을까 정말로 듣고 싶네 20190430

어느날 문득

어느날 문득 / 글 : 박동수 턱 밑으로 가을바람 불어와 싸늘한 가슴이 움츠리고 있을 때 허기진 생각엔 잃어버린 청명하게 익어가는 고향 가을이 보고 싶다 곱게 단풍이 물든 나무 밑에서 떠나기를 다짐하며 돌아선 매정했던 그 얼굴에 잊어지던 아련한 기억 풍요하게 물든 고향가을이 보고 싶다 가난에 찌들어도 따뜻한 꿈이 있었고 사랑하는 이들의 웃음이 있고 어머니의 눈물이 있던 가슴 아픈 추억 속 고향가을이 보고 싶다 다시는 볼 수없는 그 때 그 고향가을이 - 음악 -

미루나무 숲의 연가

미루나무 숲의 연가                                    글 : 박동수 아주 작고 청아한 소리가 흔들리는 미루나무 잎에서 들리고 음율 속에서 찾아낸 것은 그리움이었습니다 노란 낙엽으로 변한 미루나무 잎엔 잊어버리지 않은 애잔한                                                                       기다림의 보고픔이 채색되어 노랗게 하늘을 물 드립니다   가을날 소슬바람에 부딪치는  잎들의 몸부림이 청아한 노래가 되어 그대 향한 깊은 그리움 가을 햇살에 묻어 보내는 날             노을이 발갛게 물들어 갈 때 흘러간 세월의 아쉬움을 달래며 사랑 했노라고 가을빛에 노래를 전합니다 사랑했노라고                 ..

가을처럼 살고 싶다

가을처럼 살고 싶다 글 : 박동수 순박한 채색이 물든 가을처럼 살고 싶다 붉게 물들어가는 들녘을 보면서 시인의 가슴을 백지 위에 널어놓고 애절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 이별이 가득한 마지막 계절일지라도 나는 가을처럼 가슴속의 사랑의 존재를 느끼고 싶다 너와 내가 서로 하나가 될 수 없었다 한들 헤어진 수 갈래의 슬픔을 감추면서 한 세상을 가을처럼 아름다운 채색으로 물들어 가며 선명하게 살아왔다고 말하고 싶다 백발을 머리 위로 날리면서 내 몸은 식어진 음식처럼 되었다 한들 나의 삶은 붉은 소스 빛을 발하는 가을처럼 살고 싶어 질기고 긴 삶을 살아왔다고 말하고 싶다 20180818 - music -

메꽃(a convolvulus)

메꽃(a convolvulus) 글 : 박동수 도시공원에 메꽃이 피었다. 분홍 빛이 더 짙다 그 옛날 보릿고개 젖가슴이 봉긋한 누이들 메꽃의 뿌리 구워 배를 채우며 재잘거리든 정겨운 소리가 아직 기억되지만 오늘 도시의 세월 버림받은 음식 하천 찌꺼기로 썪고 옛 시절 살가운 언어 악취 속으로 사라지며 옛 정겨움은 추억일 뿐 도시의 호화로움이 메꽃의 기억엔 언제나 낯설기만 하다. 20180728 - music -

4월을 아는가

4월을 아는가 글 : 박동수 우리는 언제 4월을 알았던가 소리쳐 목이 매이던 4월 문득 돌아보니 4월은 아직 거기서 목이 매인 채 있네 가슴속을 채운 고운 젊음에 자유를 만끽하는 맑은 꿈을 안고 먹구름 낀 하늘이 원망스러워 요동쳐야 했던 그 4월 사랑의 고운꿈 꾸며 괴로워했던 4월은 텅빈 가슴처럼 허전하게 서러워 아지랭이 따라 흐르다 보니 아 ! 목련이 먼저 격정에 들뜬 가슴으로 하얀 꽃되어 빙긋이 웃다가 서러운 이별처럼 뚝뚝 4월 사랑하는 사람이여 사랑하는 사람이여 목련꽃처럼 목을 꺽으며 떨어져간 4월을 우리는 알았던가 4월19일 - music -

메꽃의 사랑

메꽃의 사랑 글 : 박동수 메꽃이 분홍으로 피던 여름 수줍은 누이는 메꽃뿌리로 가난의 끼니를 때우면서 어지러운 하늘 건너 편의 부질없는 사랑을 그리워 해 본다 그 누이 떠나가던 날 새벽 희미한 안개 속의 슬픈 이별이 영원히 오지 않는 덧 없는 사랑이었던가 가슴 아린 아픔이 메꽃뿌리로 채우는 가난의 뱃속처럼 허전함이여 20080709 제3시집"굴레"에서 - 음악 - ===================== 메꽃의 꽃말은 "덧 없는 사랑" "충성"이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에서는 메꽃을 "모메"라고 불렀다. 지방 사투리다. 일본의 침략으로 지배당하여 고통을 당하던 그 시절 우리 민족에게는 배 고픈 보리고개가 있던 시절이다. 정말 그 어려움이 이맘때면 어김없이 닥아 오는 그 시절은 배고픔은 누구나 익숙한 생활..

그리운 고향

그리운 고향 글 : 박동수 두레박 내리던 우물이라도 있을까 새벽 안개가 모락모락 피던 퇴비 덤이라도 있을까 아니 더러 더러 있을 거란 생각 이 것이 내 고향 인 것을 초가집은 간데없고 양옥에 시멘트 골목과 철문 낯선 아낙이 놀란 눈길로 경계하니 어미의 단감 같은 언어는 찾을 길 없네 아! 내가 고향을 버린 건가? 고향이 날 버린 건가? 세월 따라 뒤돌아보지 않은 채 먼 길 돌다 찾아온 날 낯선 고향집뿐 어미의 담근 고추장 된장 맛 아직 잊지 않았건만 잃어버린 어미의 깊은 정 가슴 속 그리움의 아픔뿐이네 정월이면 - 음악 -

멀고 먼 그대의 숲

멀고 먼 그대의 숲 글 / 박동수 언덕을 넘어 끝없이 가야 하는 당신의 깊은 숲길엔 아직 바람이 불고 비 쏟아지는 어두움이 깔렸을까 살아가는 긴 세월 어느 길목에서 한번쯤은 만나려니 했지만 허공에서 내리는 눈처럼 휑한 공허만 날릴 뿐 너무도 먼 당신의 숲엔 지금도 굵은 눈발로 회오리치고 심장에 꽂힌 깃발은 눈바람으로 펄럭이고 있음이... 2006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