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의 사랑
글 : 박동수
메꽃이 분홍으로 피던 여름
수줍은 누이는
메꽃뿌리로 가난의
끼니를 때우면서
어지러운 하늘 건너 편의
부질없는 사랑을 그리워 해 본다
그 누이 떠나가던 날
새벽 희미한 안개 속의 슬픈 이별이
영원히 오지 않는
덧 없는 사랑이었던가
가슴 아린 아픔이
메꽃뿌리로 채우는
가난의 뱃속처럼 허전함이여
20080709
제3시집"굴레"에서
- 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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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의 꽃말은 "덧 없는 사랑" "충성"이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에서는 메꽃을 "모메"라고 불렀다.
지방 사투리다. 일본의 침략으로 지배당하여 고통을 당하던
그 시절 우리 민족에게는 배 고픈 보리고개가 있던 시절이다.
정말 그 어려움이 이맘때면 어김없이 닥아 오는 그 시절은
배고픔은 누구나 익숙한 생활처럼 알고 있을 무렵이지.
누구나 할 것 없이 들로 산으로 다니며 풀뿌리를 캐어 먹기도
하고 먼 타지방으로 곡식을 위하여 기약도 없이 떠나던 시절
어린 아이와 연약한 누이들은 모래언덕으로 찾아 다니면서
메꽃(모메뿌리) 뿌리를 캐내어 구워서 배고픔을 달래던 시절이다.
그때에 그 누이들은 타향으로 곡식을 구하기 위하여 떠난 사람들을
기다리며 메꽃 뿌리를 구워 질근질근 씹으며 허기를 채우는 것을
보고 자랐다. 이것이 우리의 조상들의 슬픈 애환이다.
어느 시골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추억을 더듬어 줄 그 메꽃이
풍요에 찌들어 인성(人性)을 잃어가는 도시에 피어난 것을 보고
지나간 슬픈 시절의 애환을 돌이켜 생각해 본다.
저 메꽃의 기억 속에는 우리의 일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숱한 고통의 인내로 오늘 날 풍요의 시대를 만들어 준 조상들의
끈덕진 노력과 고마움은 아랑 곳하며 풍요에 젖어
어려움을 모르는 오늘의 젊은 현대인들의 오만과 낭비
그리고 문란한 도덕과 정의로
- 청학 수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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