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있는 곳 120

바람 (바람시 모음)

♣바람의 길 ♣ 글 : 박동수 바람의 길은 어디로 가는 걸까 언제나 혼자이듯 가는 바람 어느 날 당신은 바람되어 떠나버리고 휑하니 비워진 세월은 쓸쓸한 슬픔만이 모래알처럼 반짝이고 있네 바람의 길은 어디까지 일까 길 위엔 쓸쓸함과 외로움 영상만 흐르고 바람의 길 끝엔 어떤 만남이 있을까 20100508 ♣ 바람이고 싶어라 ♣ 글 : 박동수 강물위로 흐르는 유유한 님 바람 세상이 미로처럼 헝클어진다고 몸부림치더니 사랑도 미련도 잊은 채 훨훨 바람으로 흘러갔네 산 넘어 파란하늘 노을에 붉게 타버리고 잿빛에 퇴색되어가는 세상 파란하늘 그리더니 그리움의 눈물 버린 채 바람으로 떠나갔네 아 나도 바람이고 싶어라 제3시집 "그대 눈동자"에서 20080610

회상(回想) 1. 2. 3 - 글 모음

회상(回想) 1 글 : 박동수 노을이 다 타버리기 전에 재깍 이는 초침을 세워보는 순간의 쉼터에서 영혼의 영상 같은 그림자를 헤아려 본다. 비정과 사랑이 회오리친 엉킴이 정체 없는 눈동자처럼 비위를 거스르는 웃음으로 에워싼다 사랑도 미움도 빈곤과 부의 좌표도 점찍지 못하고 허상만 쫓아온 삶 웃음이 거부된 피폐의 생각 안에서 내가 나를 잊었던 것들뿐이네 20061220 제1시집 "불꽃으로 사는 마음"에서 회상(回想) 2 글 : 박동수 지나친 세월 돌아보면 그 자리인듯 하더니 붉은 노을이 서산을 붉게 물드리네 화창한 봄날이 즐거움인줄만 알았더니 흰 억새가 피는 계절 백발만 남아 있는구나 사랑했던 사람들은 바삐 가버리고 애틋한 그리움의 잔영만이 잡히지 않은 추억 뿐이네 20061010 회상(回想) 3 글 : ..

6월의 통곡

6월의 통곡 글 : 박동수산모롱이 도는 여름바람에첫 사랑의 치마 자락이 일렁이고고무신 뒤 축에길게 걸린 지친 그리움주름진 얼굴은6월의 아련한 기억을 더듬는다아직 붉은 장미넝쿨이 지키는 빈집오지도 못할 그 6월의귀향을 기다린주름패인 70년의 긴 생애헐렁한 적삼 속엔무말랭이처럼 쭈그려드는 통곡급박한 포성 속호롱불 밑에서 세운 언약은아직 젓 가슴 밑에 스멀거리는데산등성이를 넘나드는 그 날의 영들의 애곡소리는 아직도 길을 잃고있는 우리의 6월 20210606 - 625에 부치는 글 -

붉은 꽃아까시나무

붉은 꽃아까시나무 글 : 박동수 함박눈처럼 하얀 아까시아꽃이 향기를 뿌리던 5월 가시에 찔리며 꽃송이 따서 삼키던 그 언제 적 생각의 눈물겨운 여운 그 슬픈 여운의 눈물인가 너는 어찌 빨간 꽃을 달았을까 꽃잎 한웅큼 넣은 그 가냘픈 여인의 뽀얀 볼이 빨갛게 물들더니 그 그리움 못 잊어 빠알간 꽃을 달았을까 이젠 가버린 세월에 기억조차 쓸려가 버리고 빨간 색 속에 아른거리는 그 님의 볼 그림이 붉은 꽃잎과 함께 일렁이던 5월도 저물어 가는구나 아 ! 어느 날일까 기억속의 붉은 볼 그림자 20150522

구월이 오면 3

구월이 오면 3 글 : 박동수부서져 내리는 차가운 햇살에잠을 깬 잠자리 한 마리몸을 떨며 날개 여민다높고 푸른 하늘이다가서면코스모스 아릿한 모습에꿈마다 어린쓸쓸한 얼굴이 그려진다뜨거웠던 여름 날나누었던 영근 포도송이처럼달콤함이 낙화처럼 바스러지는슬픔일지라도구월이 오면 여린 코스모스가 피워내는향 품은 씨앗처럼그대 생각이익어가기를 마음 속얼룩을 닦아내어 본다 20140902

청포도의 향수

청포도의 향수 글 : 박동수 손끝에 묻어날 것 같은 초록 7월의 문 앞이 싱그럽다 알알이 희망이 찬 송이로 모여 싱그러운 향기 깊숙한 향수로 꿈을 꾸게 하네 초록의 향기를 삼키는 입술엔 가슴 설레는 여름사랑이 7월을 뜨겁게 하는 청포도의 사연 속살까지 투명한 녹색으로 익어가는 마음 속엔 포도 넝쿨이 덮인 고향의 푸른 초가집 꿈이어라 20140620

생가(生家)

草家에서 瓦家로 주인이 바뀐 시인의 生家 생가(生家) 글 : 박동수 방 두개 골방 하나 부억 헛간 식구는 여섯 할아버지 생전 엽전을 궤어 넣었다는 큰 괘짝이 있던 뒷 골방 어머니는 골방에서 황금 방망이를 봤다고 하셨다 가마니 갉아대는 쥐 소리 도깨비가 살고 있는 줄 알고 무섭다 권집사 목수가 연장을 메고 왔을 때 마당 서쪽에 두 칸 방과 곡식창고가 세워 졌다 나는 새 방을 전용하리라 낡은 사진을 걸고 책을 책장에 꽂고 빈둥대 듯 누워서 흥얼거리며 꿈꾸던 곳 어머니는 그 방에서 여자 소리를 들었다고 하셨다 이상하다 무섭고 이상하던 초가 아래 채 뒷켠으로 해가 어슬렁 넘어가는 날 낯선 경운기 소리에 옛 집은 미루나무 가지사이로 사라지고 새 조립식 건물의 유리창에는 아버지의 슬픈 얼굴이 어른거리고 저녁 빨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