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있는 곳 120

노스탤지어

노스탤지어 글 : 박동수 위층 욕조에서 물새는 소리가 밤새도록 나를 낙수물 떨어지는 고향 초가집으로 보낸다 감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가끔은 천둥소리처럼 변하여 생감으로 떨어지고 떫은맛 속에 입안 가득한 떨떠름한 혼탁이 꿈속의 나를 당황하게 하는 그날 종로 광장에서 악을 쓰는 촛불시위 군중의 소리가 못줄을 대어놓고 진흙탕 논바닥에서 소리소리 치며 부산하게 아무렇게나 꽂아놓은 모종이 녹색의 양탄자같이 파란색으로 푸른 내음을 뿜어내던 앞 들판 나는 불모의 시내광야*에 있을 때도 나의 꿈이 되던 그 곳 차도르*가 바람에 펄럭이는 순간 까무잡잡한 색깔 미녀가 땀방울 흘리는 열대의 슬픈 눈망울이 내 가슴속을 헤집어 추운 겨울날 언 개울가에서 새빨간 손을 불며 빨래 방망이를 두들기던 그녀의 기억이 열대와 혹한사..

들국화

들국화 글 : 박동수 내가 돌아와야 하는가 네가 돌아와야 하는가 웃음 잃고 피는 멍든 너의 모습 누구를 기다림인가 쌀쌀한 바람부는 이 가을엔 가는 것뿐 너의 하얀 가슴을 달래는 이 없어 겨울로 가는 새 한 마리 찾아준다면 그래도 태우고 싶은 마음 엮어 이 열정 노래 하랴마는 하늘색 닮아가는 가슴뿐 낙엽만 떨어지는 마른 들판 흙먼지 바람에도 작은 소망을 안은 가을날의 들국화 속내는 스스로 떨며 멍들어 가는 꽃 20071027

소라 껍데기처럼

소라 껍데기처럼 글 : 박동수 소라의 귀에는 먼 바다의 파도소리 내 귀는 못내 아쉬움으로 고향의 한숨 소리라네 길 위에서 삭아지는 껍데기의 아픔을 참아내며 비워진 소라의 껍데기 속에서 파도의 부르짖음을 듣는 것처럼 어릴 적 흥얼거리던 고향의 꿈 소리가 들려온다 파도소리 그리워 듣는 소라의 귀 내 속내는 고향소리 듣는 귀 파도여 소리 내어 울어라 먼먼 추억의 고향이여 소리 내어 울려다오 내 그리운 사랑하는 이여! 20070922

사는 것이

사는 것이 글 : 박동수 푸르든 날에 부드러운 햇살이 진 하더니 가을기운이 도는 아침 펄펄 날던 새들도 낌새를 느꼈는지 숨어들고 꽃잎을 스치는 까실한 바람에 떨어질 꽃잎이 생각나 눈물 괴이니 잃었던 추억이 가슴 쓰려올 것 아닌가 비개여 노을이 붉어지면 새들도 기억하는 아름다운 꽃들이 붉게 물들지 푸르게 살던 여름날 싱그럽게 활개치고 살았지만 지나가는 세상살이들 쓸쓸한 추억이 되어 세월이 가면 따라 가야할 일이 아니던가 20070808

9월의 잎새

9월의 잎새 글 ; 박동수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채 술렁이는 9월의 잎새들이 가을의 체취를 느끼고 성급한 코스모스는 꽃대를 세우고 피어 버렸다 계절의 틈새로 끼어드는 가을 그림자는 가슴 여미어오는 기다림의 정이듯 산 능선에 걸린 맑은 하늘을 쏴하게 시리게 하네 아직 오지 못한 가을이 오지 못한 사랑처럼 기다림의 영혼 속을 서늘한 바람으로 술렁이네. 20060818 - 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