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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沃土)

옥토(沃土) 글 : 박동수 긴 혹서(酷暑)의 예보 시뻘겋게 달은 한낮을 껴안고 타 드는 입술 사막이 되어버린 마음 날마다 새롭게 펼치고 싶지만 푸석한 마음속엔 생각만으로 뿌린 씨앗이 결실이 있을 수 없다 진리를 빙자한 교활한 춤사위로 갖가지 씨앗들을 뿌렸어도 은총의 빗물 없이 옥토(沃土)일 수 없으리라 뿌린 자와 거두는 자의 위대한 이치를 저버린 미련함 오늘도 헛된 입술로 세상 두려운 씨앗을 뿌리지만 은총의 옥토는 어디에도 없네 *씨 뿌린 : 마태:13장~ 20160711

그 해 6월

그 해 6월 글 : 박동수 유난히 총소리가 가깝게 들리는 날 봇짐하나에 고향을 떠났다 하늘에 조명탄이 부셔지고 함 포탄에 하늘은 빨갛게 익어가는 불빛 사이로 말을 탄 침략자 허겁지겁 떠난 피난길이 긴 노숙자가 되었던 그 해 625 국립묘지에 뼈를 남긴 영혼들 묘비를 더듬는 손길에 우리는 살과 뼈를 주고 이 나라를 지켰다 눈물 흘리며 서럽게 운다 대한민국의 6월 비가 내리는 묘비 사이로 통곡의 소리가 젖어들고 백발의 노령으로 떠도는 그날에 살아남은 애국의 용사들이 반려 견(犬)보다 못한 생 어긋난 오늘은 하나님의 진노일까 대한민국이여! 슬프도다 처량하게 잊혀 져가는 6월의 잔상에 아직도 끝나지 않는 이 나라의 이념의 전쟁터 소리 비극의 영혼들이 6월의 비가 내리는 국립묘지에서 슬피 울고 있음이여! 625를..

기본 2016.06.03

찻잔 속에

찻잔 속에 글 : 박동수 따듯한 찻잔 속에 담겼던 연두 빛 봄은 가고 녹색 짙은 여름 먼 산 그림자 담겨오네 손잡으면 머물줄 알았지만 뿌리치고 떠나간 자리 폭풍우가 쓸어갈지 모를 찻잔 속 여름 어느 날 언제나 해후(邂逅)도 없는 싸늘했던 우리의 슬픈 사연들 수락산 봉우리 넘는 붉은 해는 긴 그림자 접고 찻잔 속에는 우울한 밤빛이 스며들고 있네 20160501

기본 2016.04.30

그대로 였음 좋겠다

그대로 였음 좋겠다 글 : 박동수 연두색 웃음소리 쏟아지는 순수한 저 봄 햇살 떠나는 날 없이 그대로 였음 좋겠다 차디찬 바람 속에서 끙끙대며 피운 꽃망울에 따스한 미소 흘러 내리듯 개울의 얼음이 풀리고 병실마다 야윈 얼굴 봄날의 배꽃처럼 환해지는 소리없이 다가오는 포근하고 따뜻한 소식들 그대로 였음 좋겠다 먹구름처럼 어두운 얼굴들 찬바람에 지쳐버린 그런 날 없이 그대로 였음 좋겠다 20160426 - 음악 -

기본 2016.04.25

나를 벗어두고 싶다

나를 벗어두고 싶다 글 : 박동수 물안개 피어오르고 태양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고요하고 아늑한 강가 나를 벗어두고 싶다 그런 날이면 갈망(渴望)과 애환(哀歡)이 없는 까맣게 지워진 밤일지라도 평안이 있으리라 오색의 물안개가 하늘 가득한 그 곳에 나를 벗어두고 빈 몸으로 돌아서서 오는 그런 날이면 시(詩)와 음악(音樂)들이 없는 하야케 빈 한 낮일지라도 자유가 있으리라 나를 벗어두고 오는 날이면 나는 나 없이도 평안이 있으리라 20160418 - 음악 -

기본 2016.04.20

4월의 약속

4월의 약속 글 : 박동수 돌담 틈새에 숨긴 그대와의 약속들이 보라 빛 제비꽃과 함께 피어버린 4월의 푸른 계절 바람은 여전히 조용히 불고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얼굴들 이제 봄날의 햇살처럼 그리워진다. 화염 속에서 외치던 목매인 환성 피멍든 얼굴에도 희망의 웃음이 4월의 하늘을 향해 피더니 아! 곧 저 하늘은 아름다울 것이라든 숨겨둔 약속 아직 그림자일 뿐 그대가 외치던 하늘은 언제 오려는지 4월에 숨져간 그대의 얼굴이 그리워지는 것은 꽃들이 피는 이유는 아니겠지 아직 그날의 함성이 들려오는 것은 돌담 옆 제비꽃 보라 빛에 물든 그대와의 약속이 아직 이 땅에 오지 않았음인가 그대여 우리 이제는 기억하고 가자 내 가슴이 아픈 것처럼 그대의 아픔이 4월의 하늘을 뿌연 황사에 메이는가 환청처럼 광화문 거리의..

기본 2016.04.15

쓸쓸한 그대

쓸쓸한 그대(Old Romance) 글 : 박동수쓸쓸한 봄 바다긴 겨울동안 잊었던 사랑이물결 위를 여울져 가는 그리움의 그림자이슬을 머금은 꽃들밤새워 우러러 속삭이던 별들을그리워 옷섶을 적신눈물의 자국강물이 갈림길에서다시 만날 수 없는 생의 슬픔을알기 때문에 온 몸으로 울며 흐른다우리 모두가 아직은 못 다한 그리움에 지치며 흘러온 슬픈 삶이어라쓸쓸한 그대여 20160410

기본 201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