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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잎 새

9월의 잎새 글 ; 박동수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채 술렁이는 9월의 잎새들이 가을의 체취를 느끼고 성급한 코스모스는 꽃대를 세우고 피어 버렸다 계절의 틈새로 끼어드는 가을 그림자는 가슴 여미어오는 기다림의 정이듯 산 능선에 걸린 맑은 하늘을 쏴하게 시리게 하네 아직 오지 못한 가을이 오지 못한 사랑처럼 기다림의 영혼 속을 서늘한 바람으로 술렁이네 20060818

기본 2006.09.01

흙길

흙길 글 ; 박동수 나는 흙 길이 좋다 흙길 옆에는 고운 꽃들이 자유롭게 피어있어 좋고 그 꽃들이 인위적이 아니고 자연의 고운색들이기에 더욱 좋아 한다 먼지가 풀썩이는 흙길이지만 그 길을 따라가면 온갖 들꽃이 피어있는 초가집에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나는 이 흙길을 좋아 한다 비 오는 날이면 질퍽한 흙들을 이리저리 뭉쳐서 궁궐도, 옛 토굴도 만들던 흙길에는 슬픔보다는 추억만 있는 것이 좋다 흙길에서 오고간 정든 사람들 어느 세상에 사는지 알 수없지만 기억 속에서 지울 수없는 숲 속으로 난 흙길의 추억들 나는 더없이 좋아 한다 20060108

기본 2006.08.26

먼동

먼동 글 ; 박동수 꿈길에서 허우적이는 동안 이슬 먹은 풀 섶에 숨어든 먼동이 어둠을 가르고 나타나는 새벽 길은 여명을 향해 세월을 쫓아 달리는데 길가에는 너절한 개으름 아직 눈곱을 뜯는다 허덕이는 시간은 아침안개를 뿜어내고 하루를 위해 생성되는 공기 새 길을 연다 쓰러진 어제의 절망이 여명의 발길에 채여 밀려나고 오늘의 사랑과 야망들이 이슬 머금은 새 빛으로 온다 . 20060816

기본 2006.08.17

하루

하 루 글 : 박동수 밤새 자유를 만끽한 육신 깎은 사과 한 조각으로 비틀거리는 하루가 시작되고 무더움이 꿈틀거리는 아침 비둘기 보도 불럭을 핥으며 비틀거리고 도심을 향하는 차들이 아파트를 떠나가며 비틀거린다. 산다는 쓸모없는 규칙 때문에 머리 속을 압정처럼 눌러오는 삶의 문제들이 두툼한 방학 숙제 장처럼 무겁게 펼쳐진다. 관리소 사무실은 아침부터 경비원 목을 죄는 스피커의 볼룸을 올리고 제복으로 페인트칠한 경비들은 레일에 올려진 괘도 차처럼 움직인다. 밤새 꿰어 놓은 예쁜 이슬은 20층 건물 벽을 따라 증기로 날아가고 달아오르는 열기는 엘리베이터 무게만큼 무겁게 누르기 시작한다. 시간을 제 멋대로 정해버리는 괘종시계는 웃음물고 도도히 재깍 이고 순종만 강요하는 뱃속에서는 살기위한 먹거리 때문에 언제나 ..

기본 2006.08.10

도시의 비둘기

도시의 비둘기 2 글 ; 박동수 발가락이 없다 부지런한 날개 짓도 잊어먹은 지 오래다 시맨트 바닥에 앉아 소리만 내면 던져주는 먹거리 비만을 관리하기도 부담이다 쓴 커피 한 잔을 들고 공원에 느슨히 앉아서 킥킥거리며 핸드폰에 추천 한 번 누르면 금전 증여와 즐비한 먹거리부자 된다 자유 통일 평화의 상징으로 비상하는 일도 없다 날개는 퇴화되어 가고 뱃살만 늘어나는 도시의 하루 누군가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이 있을까? 없을까? 도시의 젊은 비둘기들 20210308

기본 2006.07.31

타인

타인 글 ; 박동수 밤 기차엔 마주보며 긴 밤을 접으며 가는 얼굴들 종착역까지 말 한 마디 하지 않는다. 701호 702호 아파트는 한 엘리베이터를 타며 마주보며 산다. 언제나 말없이 아무 탈 없듯이 살다가 돌아가는 길 멀지만 늘 마주보며 사는 이웃 같은 얼굴들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긴 여정 삶의 종착역에서도 언제나 타인이고 아무 탈 없듯이 총총 걸어서 돌아가는 사람들 20060721

기본 200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