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343

참새와 허수아비

참새와 허수아비 글 : 박동수 언제 적 이야기일까 극성스러운 참새 때문에 모처럼 휴일 날에도 아버지의 호령에 휴일을 바친 채 아침잠부터 설치고 허수아비와 함께 종일 전투를 벌렸다 지금 세상에는 배곺은 참새가 없어 새 쫓는 일 없고 들판에는 허수아비도 떠나고 딱총도 없다 허수아비가 없는 들엔 참새가 없다 허수아비는 모두 여의도로 갔다네 여의도로 가 손만 드는 허수아비는 말끔한 정장에 금붙이 장식에 바람이 불고 비가와도 온몸은 기름 끼가 번들번들 하다네 그래서 참새 때는 모두 여의도로 나가 조잘대며 허수아비 발밑에서 먹이를 찾느라 들녘은 잊어버렸다 들녘은 한가하고 새 쫓는 아이는 허전한 가슴을 안고 하늘 저 먼 어느 곳에 계실 새 쫓던 주름진 아버지의 슬픈 모습에 긴 숨을 드리 키고 있다 20090717

기본 2023.09.02

8월의 입추(立秋)

8월의 입추(立秋) 글 : 박동수 이제 열기를 걷어내고 여름 날 푸르름을 갈무리한 채 떠나는 계절의 길목에서 후회 없는 이별을 성숙된 삶을 위하여 열기 속에서 여문 씨앗 안고 가을 날 결실을 위한 여정(旅程)을 익혀야 하는 8월 가질 것도 갈무리 할 것도 부질없이 땀 흘린 삶은 열기 속에 남기고 새로운 것의 영혼을 안고 가는 입추(立秋)의 여정(旅程) 하늘을 향한 결실의 열망(熱望) 8월의 입추(立秋) 20130810

기본 2023.08.08

야생화 1

야생화 제1편 글 : 박동수 산자락 어디든 제 멋대로 피는 꽃 누구의 사랑도 누구의 가꿈도 받지 못한 꽃이지만 별빛 한줄기 있어도 야생화는 꽃으로 핀다 사랑도 잇속으로만 챙기려는 탐욕의 세상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가시덤불 속 야생화는 고운 꽃으로 피고 또 진다 오고 가는 온정(溫情) 없는 세상 뒤 안 길에 야생화인들 피지 않았으면 얼마나 황량할까 보잘것없이 덤덤히 자라난 꽃무리인들 없었다면 이세상은 얼마나 쓸쓸했을까 20111210

기본 2023.06.11

신록(新綠)의 6월

녹색의 6월 글 : 박동수산허리 두른 하얀 안개와 함께녹색빛 분무 되면깃털처럼 6월의 하늘이 내리고이른 새벽부터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6월의 녹색 빛에 젖어들어 새소리마저 푸르다밤새내린 이슬풀잎에 맺힌 물방울 속에녹색 하늘이 보이고작은 창틀엔 푸른 6월이 푸른그림 되어 앉았다하늘 땅은 녹색빛 바탕으로 물들고푸른 희망되어 멀리 멀리 퍼져가고 있네. 20060605

기본 2023.06.03

모란꽃 2

모란꽃 2 글 : 박동수 사랍문 옆 작은 터에 모란이 피고 꽃 얼굴 앞에는 언제나 할아버지가 웃고 있습니다 주름진 얼굴이 펴지고 웃음을 웃는 할아버지가 좋아 아침이면 모란은 활짝 핍니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장에 가는 날입니다 무언가 잔뜩지고서 사립문을 나서며 웃음을 흘리고 모란은 돌아오는 할아버지의 웃음을 보리라 하루 종일 시들지 않고 피어 있습니다 해가 기우는 시간 할아버지는 사립문을 열고 모란을 쓰다듬으며 근심스런 얼굴로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 갔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웃음을 웃을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모란은 밤새 꽃을 피우기 위하여 끙끙대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이후 할아버지는 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모란은 목을 꺾었습니다 해가 진 그날 밤 모란은 보았습니다 하늘에서 하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할아..

기본 2023.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