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허수아비
글 : 박동수
언제 적 이야기일까
극성스러운 참새 때문에
모처럼 휴일 날에도 아버지의
호령에 휴일을 바친 채
아침잠부터 설치고
허수아비와 함께 종일 전투를 벌렸다
지금 세상에는 배곺은 참새가 없어
새 쫓는 일 없고
들판에는 허수아비도 떠나고
딱총도 없다
허수아비가 없는 들엔 참새가 없다
허수아비는 모두 여의도로 갔다네
여의도로 가 손만 드는 허수아비는
말끔한 정장에 금붙이 장식에
바람이 불고 비가와도
온몸은 기름 끼가 번들번들 하다네
그래서 참새 때는 모두 여의도로 나가
조잘대며 허수아비 발밑에서
먹이를 찾느라 들녘은 잊어버렸다
들녘은 한가하고 새 쫓는 아이는
허전한 가슴을 안고
하늘 저 먼 어느 곳에 계실
새 쫓던 주름진 아버지의 슬픈 모습에
긴 숨을 드리 키고 있다
200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