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344

날 궂은 날 나의 일기

날 궂은날 내 일기 글 : 박동수 내 고향 (1편) 샛바람이 세게 부는 날 파도는 어깨를 들먹이며 모래 불을 때리고 가벼워 진 모래는 나를 향해 몰아오며 어리석은 놈 시(時) 날도 모르며 살았는가? 네가 살든 옛집은 신축에 부셔나가고 좋아하든 해당화는 공해에 멸절 되었는데 그 긴 세월 무얼 하다가 이제 여길 고향이라 찾아 든 건가 그리운 사람들은 모래로 빚은 묘지에 둥지 틀고 미루나무 울타리는 어딜 가고 보이지 않은 바람벽만 세월을 싸고 있지만 골목 길섶에는 잎 넓은 토란이 웅성대는데 싸 들고 간 내 꿈 어디에도 둘 곳 없어 허둥대며 돌아보는데 정지 문 열고 허리 굽혀 나오는 늙은 어머니 세월이 이렇게 깊었을까 눈물 속의 환상 쇠꼬챙이 길게 갈아 개구리 등허리 찍든 날 밤마다 섧게 우는 개구리 새끼 찾는..

기본 2004.05.12

결 별

결 별 -계절에 붙여서 쓰는 글- 글 : 박동수 봄날 피는 꽃들의 미소 조용한 바람 끝에 그윽한 향기는 결별의 상처로 부서지는 그 아픔을 달래 보려는 한숨일까 푸른 초록에 구르며 다가 온 여름 싱그럽게 풀 향을 날리고 초록의 덧옷 입는 것은 또 한번의 이별을 감추려는 멍든 아픔의 빛인가 지고 시들던 날 미소와 향기는 세월에 할퀸 상처로 멍든 가슴에 또 한번의 마지막 결별을 슬퍼하는 흔적이리 떠나고 보내는 나날 내 여기 짙은 풀 섶에서 너와 함께 발돋움을 하며 별을 새든 추억의 그림자에 손때 묻히며 아쉬운 가슴 여미어 보리라 20041019 Music : If I leave(나가거든)

기본 2004.05.10

비 온후의 오월에

비 온후의 오월에 봄인줄 알았더니 무슨 샘인지는 몰라도 무더운 여름 흉내로 땀방울을 즐기더니 이젠 빗방울을 머금은 채로 돌아서서 싸늘한 봄 시샘을 하는지 차다 그래도 내려 오는 빗줄기에 앙금은 풀어지고 스멀스멀 하늘 밑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같이 작약 꽃잎을 긁어 대니 5월은 그래도 헤픈 웃음을 웃으며 빗속에서 든 꽃을 피우네. 목단 꽃도 한창이고 꽃도 한창이다 빗속에서는 연두빛을 봄기운이 농 짙은 녹색으로 산실의 안간힘처럼 용트림으로 그려 낸다 비는 계절의 뒤채임을 벗어나며 늘 푸른 들녘을 밟아나가 짙게 채색을 즐기며 5월을 만들고 즐거운 종달새는 아직 보리밭에서 우는 것인지 노래하는 건지 소리 내고 있네.

기본 2004.04.30

배 꽃 (梨 花) 1

배 꽃 1 글 : 박동수 배꽃이 피던 봄 수줍타던 어린 시절 봄빛에 힘내어 피던 배꽃엔 얼마나 많은 열매가 열릴까 꿈을 꾸며 즐거워했었지 배꽃을 감상하던 푸른 시절 하얀 꽃잎에 마음을 두근거리며 꿈속에 숨겨진 얼굴이 그리움으로 서러워했었지 배꽃을 어루만지는 세월 하얀 꽃잎 속으로 저물어가는 생의 슬픈 이별 앞에서 못 다한 사랑들이 아쉬워지네 생의 노을이 짙어지는 어느 봄 날 20200315

기본 2004.04.18

창가에서

창가에서 글 : 김용궁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은 당신의 작은 창에 오늘은 꽃다발 한 줌만 놓아 두고 가렵니다. 할 예기 너무 많아 무엇을 토해야 할지 모르거늘 오늘은 당신의 창가에서 소리 없는 세레나데를 부르렵니다 하늘만큼 높다란 울타리에 기대어 창 안의 당신을 훔쳐보는 것도 도둑질이라면 도둑질인 것을 오늘은 아무 말 않고 돌아 가렵니다 유난히도 밝은 오늘밤 기쁨은 그대 몫으로 두고 꽃을 담던 배낭에만 어둠을 담아 소리 없이 돌아 가렵니다 MUSIC : 플롯 협주곡 제1번 G장조 K.313

기본 2004.04.12

혼돈의 날들

혼돈의 날들 글 : 박동수 내가 만일 한 가슴 미여 짐을 막을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내가 만일 병든 생명 하나를 고칠 수 있다거나 한 사람의 고통을 진정 시킬 수 있거나 할딱거리는 새 한 마리를 도와서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해 줄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E.디킨슨.......... ================= 혼돈의 시대 모든 것은 숫자적 개념에 의하여 믿어지는 그리고 판단하는 시대에 사는 것 같다. 돈의 액수, 그리고 권력의 숫자적 높낮이, 주고받는 사람의 사랑도 어떤 외형적 수에 의하여 판단에서 평가되는 세대. 예수의 부활도 옆구리의 상흔을 만져 보고 믿는 현실주의의 도마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대 즉 언어(문학)의 상실의 시대가 아닌가 싶다 ..

기본 2004.04.07

4월이 오면

4월이 오면 글 : 박동수 4월은 말을 하지 않는다. 검붉은 피를 흘리며 자유를 부르며 꽃들을 피우려던 영들이 광화문 네 거리서 불꽃 되여 사라짐을! 라일락 꽃 향기처럼 싱싱한 향기를 뿜든 젊은 영들이 분노의 탑을 쌓아 올리다가 사라진 4월의 꽃들이 누구냐고 묻지 말고 그 깃발로 그늘 벗어난 이 거리의 자유를 만끽하기만 하자 죽음이 아니면 자유를 요구하든 곳에 이제는 한가한 깃발이 펄럭이고 타락의 나락들이 우글거리는 광장 슬프다 말하지 말며 동요처럼 노는 아이에게 여기에 그들의 영들이 싸늘한 아스팔트 밑에 사라비아 꽃보다 짙은 피를 토하며 누워 있다고 말하자. 4월이 오면 눈물보다 더 짙은 절규의 함성들이 시멘트 바닥 밑에서 들려 온다고 말하지 말고 바람 속에 떠도는 영들의 함성이 무엇이라고도 말하지 말..

기본 2004.04.01

잊혀진 그림

잊혀진 그림 글 : 박동수 끝없이 깊은 심해이지만 소용돌이치는 날 바다는 파도로 변하고 하얀 물보라에 섞여 피어 오를 때 그리움과 미움이 고요함과 함께 있음을 알았다 그리움의 아픔으로 채워진 바다는 짙은 푸른색에 가려져 깊이를 알 수 없지만 미움이 동침하는 날 사랑의 뜨거움은 바다의 고요를 깨우고 포효케 만들었다 되새김질 되어오든 잊은 얼굴 가슴에 새겨질 때 찢겨지는 살 틈으로 새빨간 태양빛이 태어나 수면위에 비치는 날 그려 내는 것은 잊혀진 그림 20040327

기본 200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