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말을 하지 않는다. 검붉은 피를 흘리며 자유를 부르며 꽃들을 피우려던 영들이 광화문 네 거리서 불꽃 되여 사라짐을! 라일락 꽃 향기처럼 싱싱한 향기를 뿜든 젊은 영들이 분노의 탑을 쌓아 올리다가 사라진 4월의 꽃들이 누구냐고 묻지 말고 그 깃발로 그늘 벗어난 이 거리의 자유를 만끽하기만 하자 죽음이 아니면 자유를 요구하든 곳에 이제는 한가한 깃발이 펄럭이고 타락의 나락들이 우글거리는 광장 슬프다 말하지 말며 동요처럼 노는 아이에게 여기에 그들의 영들이 싸늘한 아스팔트 밑에 사라비아 꽃보다 짙은 피를 토하며 누워 있다고 말하자. 4월이 오면 눈물보다 더 짙은 절규의 함성들이 시멘트 바닥 밑에서 들려 온다고 말하지 말고 바람 속에 떠도는 영들의 함성이 무엇이라고도 말하지 말자 횃불 속에 울분의 몸을 던지든 그날의 기수들이 하던 말이 무엇이었다고 말하지도 말자 오직 저 광화문 울타리 속을 향해 권력보다는 따스한 4월의 햇빛을 가리지 말아달라고 그들은 아직 흘리는 피를 씻지 못한 채 목 메이고 있다고만 말하자. 산 진달래 연산홍이 빨간 피를 머금고 4월의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속 검은 흰 깃 세운 자들 아직도 뿜어져 나오는 그 날의 핏빛의 열혈을 잊고 있단 말인가? 군복에 검정색 물들여 입은 군중은 지금도 깃발 높이 함성을 지르고 있잖은가? 이름도 성도 없이 죽어가며 왜 치든 젊은 영들이 이 거리에서 새 노래가 흐르기를 원함은 우린 말하지 않아도 천둥처럼 들려 지거늘 눈물 없는 군상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니 누가 외쳐줄 것인가? 4월이여! 함성으로 외치다가 쓰러지며 흘린 피가 스며든 그 아스팔트 위에선 철없는 아이들만 뛰어 논다. 거드름 피우는 자유의 폭력 꾼들은 아직도 그 고귀한 음성을 들을 줄 모르니 땅속에서 흐느끼는 통곡이 검은 아스팔트 위에 비 되어 내릴 뿐이구나. 아아! 4월은 멀리 사라지지도 않고 여기 이 아스팔트 위에 그대로 있다. 그곳은 겨레를 위해 울 부르짖던 그들의 무덤이기 전에 새 생명을 부여 받은 오늘의 불기둥이 되어 우뚝 선 것을 알고 있느냐.? 자유를 아는 사람들이여! 사랑을 아는 사람들이여! 나라를 아는 사람들이여! 울지 않은 신념을 갖는 자여! 이 광장을 향해 드리워 질 영광과 자유의 천사의 노래를 들을 지어다. 울지 말고 소리치지도 말고 그리고 몸 부림도 치지 말고 눈물 자국도 없이 조용한 눈으로 우린 새 날을 기다린다고, 아이들에게 그것을 위해 흘린 피가 4월의 땅을 붉게 물들인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