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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 2

모란꽃 2 글 : 박동수 사랍문 옆 작은 터에 모란이 피고 꽃 얼굴 앞에는 언제나 할아버지가 웃고 있습니다 주름진 얼굴이 펴지고 웃음을 웃는 할아버지가 좋아 아침이면 모란은 활짝 핍니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장에 가는 날입니다 무언가 잔뜩지고서 사립문을 나서며 웃음을 흘리고 모란은 돌아오는 할아버지의 웃음을 보리라 하루 종일 시들지 않고 피어 있습니다 해가 기우는 시간 할아버지는 사립문을 열고 모란을 쓰다듬으며 근심스런 얼굴로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 갔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웃음을 웃을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모란은 밤새 꽃을 피우기 위하여 끙끙대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이후 할아버지는 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모란은 목을 꺾었습니다 해가 진 그날 밤 모란은 보았습니다 하늘에서 하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할아..

기본 2023.05.13

봄에 쓰는 편지

봄에 쓰는 편지 글 : 박동수 록색 물감이 하늘가로 번지고 밝고 따스한 빛이 삐걱이는 창가로 번지니 닿혔던 창문이 열리고 봄 기운이 펼쳐지네 긴 겨울동안 답답한 침묵으로 스스로를 뭉개며 무애(無愛)의 진언(眞言)을 외면하듯 고립된 시위 였지요 이제 긴 날의 무념(無念) 노란 산수유의 긴 겨울이 풀리고 꽃을 피워 내듯 외로운 침묵을 한 송이 노란 꽃이라도 피우렵니다 누구도 이해 할 수 없는 긴긴 겨울 날의 슬픈 연유(緣由)를 이제는 창가로 감도는 봄 바람에 띄우니 노란 꽃잎이 분분 할 때 소식이 있으려니 기다립니다 -music-

기본 2023.04.08

벚 꽃

벚꽃 글 : 박동수 산 기슭에 봄빛이 찾아드니 겨우내 마음 조이다가 활짝 피어버린 벚꽃이 자지러지게 웃다가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꽃잎 사월의 하늘에 하얀 구름 꽃이 되었네 긴 겨울 어두웠던 발 길에 가슴 쓰린 인내였을까 흰빛으로 네 모습 밝혀 보이니 4월의 영들의 슬픔이 낙화에 씻기고 있음이여 추운날의 슬픈 기도가 하얀 모습으로 시온성을 향하는 광야 길에 축복의 하얀 만나처럼 슬픈 순례자의 평화가 되었음이라 202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