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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돌아오다

가을이 돌아오다 글 : 박동수 채 마르지 않는 땀방울 뜨거운 가슴에 낯선 바람이 열기를 식히기엔 아쉬운 기억을 음미하기도 전에 가을은 그렇게 흘러오다 녹색의 숲을 태우던 열정 미처 식히지 못한 날 찬기운이 열기를 몰아내고 싸한 바람에 황량한 거리로 몰려야 하는 쓸쓸한 가을이 이제 가슴 깊숙한 곳에서 공허의 구멍이 뚫리고 채울수록 허기지는 낙엽들이 이별의 곡예를 하는 슬픈 계절 아쉬움을 담은 가을이 20140912

참새와 허수아비

참새와 허수아비 글 : 박동수 언제 적 이야기일까 극성스러운 참새 때문에 모처럼 휴일 날에도 아버지의 호령에 휴일을 바친 채 아침잠부터 설치고 허수아비와 함께 종일 전투를 벌렸다 지금 세상에는 배곺은 참새가 없어 새 쫓는 일 없고 들판에는 허수아비도 떠나고 딱총도 없다 허수아비가 없는 들엔 참새가 없다 허수아비는 모두 여의도로 갔다네 여의도로 가 손만 드는 허수아비는 말끔한 정장에 금붙이 장식에 바람이 불고 비가와도 온몸은 기름 끼가 번들번들 하다네 그래서 참새 때는 모두 여의도로 나가 조잘대며 허수아비 발밑에서 먹이를 찾느라 들녘은 잊어버렸다 들녘은 한가하고 새 쫓는 아이는 허전한 가슴을 안고 하늘 저 먼 어느 곳에 계실 새 쫓던 주름진 아버지의 슬픈 모습에 긴 숨을 드리 키고 있다 20090717

기본 2023.09.02

가을의 길목

가을의 길목 글 : 박동수 매미소리가 잦아들고 귀뚜라미 소리 그리고 억새잎 부딪치는 소리에 자리 거두는 여름 빛 달구어진 열기가 문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가쁜 숨을 쉬든 여름날은 스산한 바람에 몸을 숙인다 가을이 오는 길목엔 산 빛은 얼룩지고 느슨한 문틈이 조여 드는 밤 바람에 실려 오는 떠나보낸 아련한 옛 추억에 가슴 시려온다 20140905 - 음악 -

풍 경(風磬)

풍 경(風磬) 글 : 박동수 수없이 많은 밤 미풍에도 질겅거리며 울었지만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의 문을 연 이 있었든가 핏줄 세워 안간힘 쏟으며 이야기했을 그 말들을 귀 기울이며 들은 이 없어 세상은 온통 수라장이 되어 거꾸로 가고 있지 마음속 꽃 계절은 언 빙하처럼 만년의 겨울로 가고 풍경의 그림자는 한 낱 장식으로 보일 뿐 수도승의 불침번도 되지 못했는가 녹슬어 구멍 나도 질겅질겅 소리를 울려라 행여 그 사랑으로 가슴 아픈 사람들에 전염 되어 새 날은 꽃 꿈을 꾸게 되리라 20040517

8월의 입추(立秋)

8월의 입추(立秋) 글 : 박동수 이제 열기를 걷어내고 여름 날 푸르름을 갈무리한 채 떠나는 계절의 길목에서 후회 없는 이별을 성숙된 삶을 위하여 열기 속에서 여문 씨앗 안고 가을 날 결실을 위한 여정(旅程)을 익혀야 하는 8월 가질 것도 갈무리 할 것도 부질없이 땀 흘린 삶은 열기 속에 남기고 새로운 것의 영혼을 안고 가는 입추(立秋)의 여정(旅程) 하늘을 향한 결실의 열망(熱望) 8월의 입추(立秋) 20130810

기본 2023.08.08

연(蓮)의 사모(思慕)

연(蓮)의 사모(思慕) 글 : 박동수 그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물 빛 고운 강가에 그리움의 물결이 작은 가슴을 흔들었습니다 수줍음으로 핀 분홍빛 얼굴 하늘을 향해 사모의 정 향기로 뿜어내고 기다림의 솟대처럼 하늘 높게 피었습니다 뜨거운 바람 이는 어느 날 행여 지나가오면 깊이 갈무리된 순결한 마음 그대 앞에 바치리라 긴긴날 서서 기다립니다 20150722 - 소세원 연(蓮) 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