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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치(理致)

세상 이치(理致) 글 : 박동수 푸르던 공원에 찬바람이 분다 까칠한 두려움을 동반(同伴)한 아픔을 놓고 돌아서는 그날 석양의 따사로움도 싸늘한 겨울에 머문다 항상 푸르리라 생각한 공원의 풍요 하나둘씩 낙엽 되어 떨어지는 차가운 가난이 아무도 풍성한 여름날처럼 이웃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것과 네가 아는 것이 다르다는 이치 내 아픔과 너의 아픔을 모르는 푸른 날 공원의 숲처럼 언제나 저만은 푸를 줄 알았다 바람이 싸늘하게 사랑을 식히고 지나가면 풍요했던 만큼 아파야하는 나목이 되는 것이 세상 이치인 것을 20061211

기본 2023.09.28

고추잠자리

고추 잠자리 글 : 박동수 가을빛에 빨갛게 물든 나는 고추잠자리 가을하늘 푸르게 높아지니 하늘 쳐다보며 보며 나는 그리움만 남기네 빨간 고스모스 위에 앉은 나는 고추잠자리 코스모스의 간절한 기다림이 온 하늘 메울 때 나는 외로움만 남기네 맴돌며 날다가 힘겨워 속빈 마른나무 가지에 앉아 색색 잎이 낙엽 되어 온 하늘 휘 날리면 나는 서글픔만 남기네 아 ! 나는 가을빛에 물든 고추잠자리 20230919

기본 2023.09.19

가을 비 2

가을비 2 글 : 박동수 슬피 우는 산새들의 가슴처럼 바알갛게 물들어버린 가을 오래 머물고 싶었다 비는 소록소록 붉은 빛 가을을 적시며 가슴 속 붉은 이야기 쏟아내지 못한 가을을 적시고 있네 네가 있을 동안 세상푸념 쏟아 내려 했는데 네가 있을 동안 벗들 찾아 고독을 잊으려 했는데 네가 있을 동안 오곡처럼 사랑을 익히려 했는데 잡을 수 없는 너 가을비 따라 떠나고 있네 20080123 * 시집 달무리에서 *

가을이 돌아오다

가을이 돌아오다 글 : 박동수 채 마르지 않는 땀방울 뜨거운 가슴에 낯선 바람이 열기를 식히기엔 아쉬운 기억을 음미하기도 전에 가을은 그렇게 흘러오다 녹색의 숲을 태우던 열정 미처 식히지 못한 날 찬기운이 열기를 몰아내고 싸한 바람에 황량한 거리로 몰려야 하는 쓸쓸한 가을이 이제 가슴 깊숙한 곳에서 공허의 구멍이 뚫리고 채울수록 허기지는 낙엽들이 이별의 곡예를 하는 슬픈 계절 아쉬움을 담은 가을이 20140912

참새와 허수아비

참새와 허수아비 글 : 박동수 언제 적 이야기일까 극성스러운 참새 때문에 모처럼 휴일 날에도 아버지의 호령에 휴일을 바친 채 아침잠부터 설치고 허수아비와 함께 종일 전투를 벌렸다 지금 세상에는 배곺은 참새가 없어 새 쫓는 일 없고 들판에는 허수아비도 떠나고 딱총도 없다 허수아비가 없는 들엔 참새가 없다 허수아비는 모두 여의도로 갔다네 여의도로 가 손만 드는 허수아비는 말끔한 정장에 금붙이 장식에 바람이 불고 비가와도 온몸은 기름 끼가 번들번들 하다네 그래서 참새 때는 모두 여의도로 나가 조잘대며 허수아비 발밑에서 먹이를 찾느라 들녘은 잊어버렸다 들녘은 한가하고 새 쫓는 아이는 허전한 가슴을 안고 하늘 저 먼 어느 곳에 계실 새 쫓던 주름진 아버지의 슬픈 모습에 긴 숨을 드리 키고 있다 20090717

기본 2023.09.02

가을의 길목

가을의 길목 글 : 박동수 매미소리가 잦아들고 귀뚜라미 소리 그리고 억새잎 부딪치는 소리에 자리 거두는 여름 빛 달구어진 열기가 문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가쁜 숨을 쉬든 여름날은 스산한 바람에 몸을 숙인다 가을이 오는 길목엔 산 빛은 얼룩지고 느슨한 문틈이 조여 드는 밤 바람에 실려 오는 떠나보낸 아련한 옛 추억에 가슴 시려온다 20140905 - 음악 -

풍 경(風磬)

풍 경(風磬) 글 : 박동수 수없이 많은 밤 미풍에도 질겅거리며 울었지만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의 문을 연 이 있었든가 핏줄 세워 안간힘 쏟으며 이야기했을 그 말들을 귀 기울이며 들은 이 없어 세상은 온통 수라장이 되어 거꾸로 가고 있지 마음속 꽃 계절은 언 빙하처럼 만년의 겨울로 가고 풍경의 그림자는 한 낱 장식으로 보일 뿐 수도승의 불침번도 되지 못했는가 녹슬어 구멍 나도 질겅질겅 소리를 울려라 행여 그 사랑으로 가슴 아픈 사람들에 전염 되어 새 날은 꽃 꿈을 꾸게 되리라 200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