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城壁)과 울타리
성벽의 문화라면 당연히 서구 문화를 먼저 생각한다.
서구의 유명한 성벽들이 아직도 유물로 남아있는 것들을 실지나 사진들을
보면 그 튼튼하고 난공불락의 요새 같음을 우린 금방 알 수 있다.
그들은 역사의 시작부터 성을 쌓고 성을 중심으로 번창해 나갔든 것 같다.
견고하기도 하지만 어마어마한 권위의 상징처럼 지어서 상대로 하여금
위압을 느끼게 했고 성으로 인해 주위의 모든 성실한 약 소자를 지배하고
그들의 착취자가 되어갔다.
성이란 물론 전쟁이나 적의 침략을 방지하기 위해서 축건 하기도 하였지만
서구의 성은 두 개의 의미를 다 충족하는 문화의 상징이 되어갔던 것 같다.
그 하나는 적군에 대한 방어의 수단이고 다른 하나는 교만과 오만
그리고 부의 권위로 외부와의 접촉을 거부하는 나만을 위한 것
그리고 보이지 않은 곳에의 범죄적 행동을 감추려는 비열한 수단으로도
볼 수 있든 문화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의 성은 그 높이가 평균으로
5m 이상이며 성곽은 어마어마한 위용을 보이는 양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귀족이란 특수의 인간과 노예라든가 인간취급도
받지 못한 서민들을 확실히 구분을 시킨 인류에 불필요한 문화를 창조한
것이었다.그 성벽의 문화 안에서 그들이 만들어놓은 불합리한 도덕적
윤리적 범죄 기록은 우리가 접하기도 부끄러운 일들을 얼마나 많았는지
기록이나 전해진 역사를 통해 보았을 것이다.
물론 동양 아니 우리문화에서도 성벽문화가 고대 삼국시대부터 있었음을
우린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고 또 현재 흔적이 남아있는 것들을 우린 답사
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성벽이란 서구적 양식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즉 말해서 우리의 성은 그저 울타리라고 말하면 적합한 표현인 듯 하다.
전쟁이나 외침에 견디기 위하여 군사적 용도로 쌓은 것 중엔 상당히 규모가
큰 것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양태를 보면 성이라 하기 보단 어쩌면 담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좋은 표현이 되는 것을 우리는 보고 느낄 수 있다.
이웃과 이웃의 경계를 나타내기 위한 표식인 울타리의 문화가 그것이고
담장이라고 해서 쌓은 것도 반개방성(半開放性) 담장이였고 싸리문이 달린
나무 가지로 얼기설기 엮은 울타리 언제든 약간의 수고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울타리가 전부였다.
도둑이나 어떤 외부와의 단절을 위한 것이 아니고 보일락 말락 하는 매력
있는 아름다운 풍습의 상징적 모양새로 너와 나의 단절 그리고 부와 가난의
단절이나 범죄의 은폐를 위한 것이 아니고 표식의 모양새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비교한다면 서구의 문화에서 보이는 건 냉정함이라 말할 수 있다면
우리 울타리의 원초는 아름다운 마음과 그 마음의 개방을 나타내는 민족임을
알 것 같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하고 풍요한 시대에 와있는 우리들은 어떤 일
인지는 모르지만 서구와는 반대의 양상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성(城) 문화의 주역이든 서구에는 성이란 형태는 묻혀가는 역사의 유물로
변해가고 완전히 개방되어 가는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울타리 없는 집들.
이웃과 이웃이 잔디로 연결되고 아름다운 화원으로 변해가는 경계들 그리고
모양새를 낸 울타리들로 변해가는 것은 외국 여행을 다닌 사람들은 누구나
체험 할 것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성벽을 쌓고 있는 듯 하다.
어떤 동네는 도둑 촌이란다. 성북 어디어디 동은 돈 동네라서 어마어마한
담장이며 심지어 전기장치가 된 집들이 있다고 한다.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일까. 단절, 그리고 분열, 대립 그리고 폐쇄
오만 가지 부정의 행해지는 성곽의 표본들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마음은 점점 분열의 성벽을 만들고 악해져 가며 투기와 시기의 시대로
변해가는 것을 우린 부인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건 누구의 죄일까?
물론 우리 모두의 잘못임에는 변명할 수 없지만 긴 한숨을 쉬어야 하는
민초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분들의 책임 또한 큰 것이 아닐까도 생각 해 본다.
그리스도는 사랑을 가르치고 내 이웃을 내 몸같이 하라 했고
불자는 자비를 가르쳐 모든 이 에게 자비를 베풀어라 했거늘,
너와 나를 못 믿는 세상으로 치달아 가는 걸까. 얼기설기 엮은 울타리
사이로 엿보는 깜찍한 인심과 사립문 꼭대기에 앉은 고추잠자리와 울타리
틈새로 탐스럽게 박 넝쿨이 달리는 흐뭇한 평화로운 우리의 열려있는
문화가 다시 돌아오는 날이 없을 것인가?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music : 남택상 / 시인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