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지는 날의 서시(序詩)
글: 박동수
진눈개비 몰고 오는 날도
옷섶을 여밀 새도 없이
끝 모를 눈밭을 걷기만 했다
뜨거워진 그리움도 가슴속에 묻어두고
슬픈 걸음만 채질했다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맡아 볼 겨를 없이
여유 없는 시간을 채우기만 했다
어느덧 그 길은 석양에 태워져
노을로 사라져야 하는 날
돌아본 내 삶의 긴 그림자들을 모아
세월의 허무를
독백하고 싶을 뿐이다
2017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