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글 : 박동수
어쩐지 허전하다
하긴 다 내려놓는 것이 쉬운 일인가
못내 버릴 것을 낙엽일지라도
떨쳐내는 것은 끈끈한 미련에 아쉽다
칼날을 입에 물고 악을 쓰는 금뱃지 단 악령이
이쪽저쪽 할퀸 자욱이
선혈처럼 길게 뻗어내린 나목가지 사이로
흐릿한 초생달이 기웃거리면
초록 속에 악독한 무리들에
시달리기 보다는 홀가분하게 벗어난 듯
피식 웃음에 하늘거리며 모두 떠났다
이제 남은 달력이 넘어가며
풍지바람에 천식이던 어머니의 가래 끓는소리
듣는 듯 귀가 서럽다
다 내어주고 마지막 선을 긋는 년 말
녹색 산등에는 서멀 거리던
열 발 달린 벌래 들도 떠나간 건지
선 저쪽에는 그래도
새로워 보이는 것이
다 내려놓는 확실한 믿음으로
신의 은총 속으로
들어가는 건널목에 설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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