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10월의 상처

靑鶴(청학) 2012. 10. 12. 23:35
            10월의 상처 글 : 박동수
            또 반복되는 무척이나 시린 가을바람이 분다 10월의 까슬까슬한 상처를 스치며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 온 몸을 떨게 한다
            오 유월에도 몸을 떨게 하는 말들에 지친 상처가 멍에처럼 목줄을 누르는 날에는 솜털이 뽀송한 가을 새가 되어 낙엽도 스쳐 지나는 바위틈에 소박한 둥지 하나 틀고 군중들이 쏟아내는 언어의 찬 서리가 지나 갈 때까지 청량한 새소리로 취하고 싶어라
            20121007
          언어의 환란시대다. 사람마다 아무런 부끄럼 없이 쏟아내는 말은 어느새 한 사람의 인격을 부셔내는 엄청난 환란을 일으키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사는 이곳은 청량한 학들이 살았다는 곳이다. 그러나 하루도 멀지 않게 언어의 살(煞)들이 아파트 구석구석을 돌아 어느 순간 본인도 모르게 가슴에 언어의 살을 맞고 신음을 하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누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자신만 생각하는 폭력을 휘 두르는 언어폭력의 주거지가 되어 가고 있다. 잎이 물들어 낙엽으로 지는 이 가을, 10월의 시린바람이 다시 돌아오는 길목에서 무서운 언어의 폭력이 나이와 귀천을 떠나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쏟아져 내리고 있어 이 낙엽이 지는 길거리에는 가을의 으스스한 기운으로 몸을 떨고 있어야 하는 광경 차라리 낙엽도 스쳐가는 바위 틈에서 이 무서운 언어의 폭력을 피해 다시 올 안온한 새 봄까지 소박한 둥지 하나 틀고 청량한 새의 노래를 부르며 살고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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