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의 열기는 가슴을 헤치고 들어와 금방이라도 구워내는 삼겹살처럼 지직거리며 땀을 쏟아낸다. 처음 보는 툭툭이에 몸을 맡기고 어느 정글 속을 달리며 사람들은 의미도 모르는 환호성을 지르며 안내 표시도 없는 길을 달려간 곳 앙코라 톰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속으로 들어 간다. 돌과 돌을 쌓아서 올린 신비한 옛 사원과 궁전을 가슴에 방문 명패를 달고 12세기의 꿈속으로 지친 여행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현대 사람들이 수세기의 성을 드나들면서 손에는 차운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시간차 여행에 지처간다. 가슴에 단 내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면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를 길을 무리를 따라 흐르며 나를 잊고 돌과 돌을 해치고 간다. 돌이 생성되는 산들도 없는 이 넓은 평지에 수없이 많은 돌들을 옮겨와 성을 쌓았을 이 세계, 누가 있어 이 영화을 영원히 이어줄줄 알았을까 숱한 백성들의 피와 애환을 삼킨 크메르의 영화가 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나무뿌리에 깨어져 나가고 사랑과 삶을 빼앗긴 영혼들의 질긴 한(限) 인 듯 으스러진 돌을 껴안고 하늘을 치솟아 오르며 수 백 년을 울부짖고 있는 듯 하다. 내려쬐는 태양은 돌들 하나하나의 조각 속에 새겨진 그날의 웃음들의 물기들을 말리고 푸석이는 모래처럼 으스러지게 한것은 어리석은 인간의 욕망이 영원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하늘은 인간의 누추한 욕망을 영원히 두지 않음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크메르의 번영은 그렇게 가고 오직 남은 것은 돌들로 추한 몰골의 잔해만 남겨 후세의 본을 삼아 깨우쳐 주는 교훈일까 싶다. 뱀의 신 나가의 꼬리를 붙들고 있는 아수라 상 교묘한 유혹의 말 들로 세상의 중심일 듯 세기의 바벨탑을 만든 크메르는 그렇게 영원히 바람에 날려가고 태양 볕이 타는 이 땅의 크메르의 후예들은 지금 걸식의 눈들이 그 영혼을 버리고 한 끼의 배부른 꿈만을 꾸고 있음이 영원을 구가하던 크메르의 오늘이 아닌가. 허무의 앙코르 톰이여! 글 : 박동수 천년이면 아물 것 같은 아픈 상처가 삭아가는 돌 사이에서 아우성만 높아가고 돌아올 수 없는 욕망의 환희는 나무뿌리로 옥죄어 봐도 하늘높이 뻗어 오르는 나무 가지사이로 허무로 사라지고 내려쬐이는 햇빛에 피눈물처럼 흐르는 땀방울 뿐 아 세월의 허무여! 크메르여! 크메르여! 억센 핏줄속의 욕망으로 사랑도 빼앗고 생명도 빼앗아 돌덩이 하나에 너의 염원을 쌓아 하늘 닿는 더 높은 성위에서 영원을 누리리라 그러나 그것은 종말의 바벨탑이였네 돌과 돌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울음소리와 조소의 소리가 천년을 이어오는 작은 혼들의 노래 욕망으로 이어진 역사는 위대함도 영화도 한낱 돌조각 뿐 한 그루의 나무뿌리에도 견딜 수 없는 허무함이여! 허무함이여! 백성은 한 덩이의 빵을 위하여 깡마른 까만 손으로 걸식의 주인공 내일의 아픈 굶주림을 삼켜야 하지 않은가 일곱 머리의 사악한 뱀들의 속삭임에 황홀했던 영화는 어디에도 지금 저 높은 태양아래 타들어가는 까만 눈동자의 아픔을 보고 있느냐 크메르여! 보았노라 정교하게 쌓아 올린 돌 사이에 너의 정욕의 누런 오물들이 흘러나오고 땟국 묻은 너의 이빨 속에서 흘린 착취의 끈질긴 육질의 오욕들 혓바닥에서 흘러내리는 동족을 삼키며 흘린 핏물을 보았노라 게걸스럽게 핥아내던 욕정들이 하늘을 막아줄듯 했지만 저 높은 하늘은 용서를 모르는 공의로 천년의 긴 세월동안 허무의 씨앗을 키워 너의 옷깃에 쌓아 두었음을 아느냐 크메르여! 영화는 스스로 취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영혼과 영혼들이 경외로 바치는 것이리 착취의 물결이 거세어도 막을 수 없는 사랑의 혼들을 너는 어찌 몰랐느냐 크메르여! 달아오른 열사의 열기가 너를 위한 열광의 열기가 아님을 몰랐느냐 천년을 흘러도 없어지지 않은 열기는 마지막 너의 욕된 욕망을 태워버릴 열기임을 너는 몰랐느냐 크메르여! 허무함이여! 20100519 앙코르 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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