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중추절

靑鶴(청학) 2017. 10. 5. 11:01

 

중추절(한가위)

 

                                          글 : 박동수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물을 본다 샛강이 되고 
강물이 되어 어디론가 시간을 싣고 흘러간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 강가를 서성이며
어디로 갈까 마음 조리며
방황하는 순례자가 되어 
영혼의 길고 먼 믿음의 길에서 
찾을 에덴의 불빛을 기다리며
긴 순례를 끝을 내고 싶어 한다

한가위의 달이 중천에 떴어야
아이들이 왔다가 스스로 세월의 임무를 
다 한 것으로 생각하고 돌아갔다
세월의 흐름의 강물 위에서 혈육들의 만남은 
기쁨과 평화의 기도다
그러나 우리가 탄 시간의 나룻배는
집념과 초조함의 바쁜 것으로 도배한 연극이다
만남의 느슨함과 자유로운 평화는 찾기 힘들고
의무와 임무만이 가득 실은 나룻배

한가위 달이 구름 사이로 스며든 순간
허허로운 삶의 애증이 
10월의 산산한 바람으로 차갑게 느껴 온다
긴 시간 동안 소멸해온 삶의 길보다
남은 시간에 매혹을 느끼며 요행을 기다리지만
끝없이 소멸되지 않는 삶이 어디 있을까
가을 나무가 물들기 시작하는 것처럼
생의 노을빛이 붉게 물든 끝없이 
흐르는 강물 위에 
또 내 삶을 실은 낡은 나룻배를 띄우며
삶의 허허로움을 느끼고 있다

이 아쉽고 쓸쓸한 중추절 날에

                                     20171004

'믿음, 소망,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항(魚缸)  (0) 2018.02.24
황홀한 은총(恩寵)  (0) 2017.11.06
에덴의 빗소리  (0) 2017.04.30
새 생명  (0) 2017.04.21
부활(復活)  (0) 2017.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