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각처럼 솟아있는 고층 아파트 단풍잎 물드는 정원에 꽃을 물고 있는 자연석의 이름만 있을 뿐 삶의 손끝에 시달려 인조석이 되어버린 상처 냇물 소리 바람 소리 밤마다 별들이 내려와 부르는 소리 귀를 몸 속에 감추고 길들여 진 구절초 피는 소리만을 듣고 산다 고층 아파트의 손 바닥만한 창문을 기웃거리는 햇빛의 수군대는 소리를 들으며 인조석처럼 깎인 삶의 흉터를 안고 숱한 언어를 가슴 깊이 묻어둔 채 숨소리만 내고 있다 바람이 구름을 높이고 하늘을 푸른 물감 칠하면 가을이 오는 소리 쌀쌀한 밤하늘의 별들이 서걱대는 소리 낙엽이 떨어지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우성치는 소리 들어보는 가을날의 하루 2005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