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壁)을 넘지 못하다
글 : 박동수
축축한 빗길을 비껴 머물다
벽을 넘지 못한
낙엽으로 떨어진 가을
이별을 잊고 싶은 줄달음이지만
벽을 뛰어 넘지 못하고
잎을 내려놓고 있다
물든 채색만큼이나 진한 아우성은
광장의 바람처럼 들리고
물대포처럼 쏟아보던 가을비가
서서히 멎어버린 오후 날
길게 뻗은 벽들은
허물 수없는 시간의 끝인지
옷을 벗어 던지고 있다
수의 한 벌 없는
앙상한 나목의 가지는
긴 인내의 면벽으로
새 길의 꿈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 어느 비 멎은 오후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