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있는 곳

고 향(故鄕)

靑鶴(청학) 2004. 1. 19. 16:13
                                                  내가  태어난 고향 옛집(개량 되어진 현재
   고향(故鄕)

                                                글 : 박동수
                                                
  오늘이 섣달 스무 여드레 날 우리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 삼 일이 남은 날이다. 
  고향을 잊은 사람도 고향이 있어도 갈수 없는 사람들도 
  마음 한구석에 허전하게 그리움이 깃드는 날들이다. 
  요즘은 교통지옥으로 고향 가는 길도 수월찮은 고역의 행사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고통의 여행길이어도 그 길을 가는 우리민족의 대 이동이 행해 지곤 한다. 
  영어론 고향을 home town 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외국에 있을 때 그들의 말 하는 것으로 고향을 
  born이란 용어를 쓰는 것을 많이 들은 기억이 난다. 
  아마 그건 태어났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표현 한다고 생각을 했을 뿐 
  별로 이상 하 다고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 이것저것 아쉬운 마음의 그리움 속에서 헤매고 있으면서 
  문득 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어쩌면 그 말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집이 있는 곳 그리고 내가 태어난 곳. 내 뼈가 생성 된 곳. 
  우리는 지금 그런 의미에서 고향을 찾아가는 경우와 현재 
  내 부 모님이 살고 계신 곳으로 고향을 찾는 경우가 대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 보다도 회귀(回歸)의 본능으로 내가 태어 난 곳 
  그리고 자란 곳의 의미가 더 큰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짙게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자라든 세월, 보고 듣던 기억들, 그리고 몸에 익숙했든 놀이들, 
  아무런 사심 없이 사귀던 어린 시절의 친구들. 
  세월이 훨씬 흘러 간 뒤에도 내 마음 속에 공해 없이 
  떠 오르는 천진 난만하든 일들이 바로 내가 태어난 
  그 곳에서 있었기 때문인 것 이다.
  
  가난하고 찌들든 세월이지만 애틋한 사랑이 있었고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신의(信義)들이며 
  생명을 건 투기가 없고 오직 즐거워하며 
  너와 나의 마음을 달래며 살아가던 
  내가 태어난 곳 그곳이 고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살을 애 는 추위가 있어도 검은 고무신 한 켤레 얻을 수 없든 
  가난에 찌든 삶에서 태어났어도 그긴 언제든지 고향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 단정을 짓고 싶은 곳이지만 
  그건 위선 일 수 밖에 없는 겉모습 일 뿐 
  마음은 늘 그곳에 가 있는 것이 우리의 본능인걸 
  누가 부인 할 것 인가. 
  나무가 아무리 아름답고 바다가 아무리 넓어 보이고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것이 웅장 하여도 
  어릴 적 내가 본 고향의 작은 솔숲에 비할 거며 
  어릴 적 내 기억에 남은 고향 앞 바다에 비 할 수 있으랴! 
  
  태어난 곳을 찾은 연어가 수 만리 길을 죽음의 고행으로 헤엄쳐와 
  본 그 본향이 살벌한 개발에 뭉개져 
  죽음이 도사리고 있어도 기어이 알을 낳고 
  죽어가는 그런 곳이 바로 내가 태어난 고향이라는 것이다. 
  그 고향을 반기는 누가 있던 없던 설날 찾아 가는 것이다. 
  고행하는 순례자처럼 짜증나는 교통 혼잡을 해치고서... 
  고향이 없는 사람, 고향을 잃은 오늘의 사람은 
  이 아름다운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정서적 마음의 삭막함이 항상 지니고 살고 있다. 
  스스로의 이해를 할 수 없는 삭막함이다. 
  고향 고향 가슴 아린 단어인 것 같다. 
 
                                           200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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