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故鄕)
글 : 박동수
오늘이 섣달 스무 여드레 날 우리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 삼 일이 남은 날이다.
고향을 잊은 사람도 고향이 있어도 갈수 없는 사람들도
마음 한구석에 허전하게 그리움이 깃드는 날들이다.
요즘은 교통지옥으로 고향 가는 길도 수월찮은 고역의 행사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고통의 여행길이어도 그 길을 가는 우리민족의 대 이동이 행해 지곤 한다.
영어론 고향을 home town 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외국에 있을 때 그들의 말 하는 것으로 고향을
born이란 용어를 쓰는 것을 많이 들은 기억이 난다.
아마 그건 태어났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표현 한다고 생각을 했을 뿐
별로 이상 하 다고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 이것저것 아쉬운 마음의 그리움 속에서 헤매고 있으면서
문득 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어쩌면 그 말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집이 있는 곳 그리고 내가 태어난 곳. 내 뼈가 생성 된 곳.
우리는 지금 그런 의미에서 고향을 찾아가는 경우와 현재
내 부 모님이 살고 계신 곳으로 고향을 찾는 경우가 대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 보다도 회귀(回歸)의 본능으로 내가 태어 난 곳
그리고 자란 곳의 의미가 더 큰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짙게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자라든 세월, 보고 듣던 기억들, 그리고 몸에 익숙했든 놀이들,
아무런 사심 없이 사귀던 어린 시절의 친구들.
세월이 훨씬 흘러 간 뒤에도 내 마음 속에 공해 없이
떠 오르는 천진 난만하든 일들이 바로 내가 태어난
그 곳에서 있었기 때문인 것 이다.
가난하고 찌들든 세월이지만 애틋한 사랑이 있었고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신의(信義)들이며
생명을 건 투기가 없고 오직 즐거워하며
너와 나의 마음을 달래며 살아가던
내가 태어난 곳 그곳이 고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살을 애 는 추위가 있어도 검은 고무신 한 켤레 얻을 수 없든
가난에 찌든 삶에서 태어났어도 그긴 언제든지 고향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 단정을 짓고 싶은 곳이지만
그건 위선 일 수 밖에 없는 겉모습 일 뿐
마음은 늘 그곳에 가 있는 것이 우리의 본능인걸
누가 부인 할 것 인가.
나무가 아무리 아름답고 바다가 아무리 넓어 보이고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것이 웅장 하여도
어릴 적 내가 본 고향의 작은 솔숲에 비할 거며
어릴 적 내 기억에 남은 고향 앞 바다에 비 할 수 있으랴!
태어난 곳을 찾은 연어가 수 만리 길을 죽음의 고행으로 헤엄쳐와
본 그 본향이 살벌한 개발에 뭉개져
죽음이 도사리고 있어도 기어이 알을 낳고
죽어가는 그런 곳이 바로 내가 태어난 고향이라는 것이다.
그 고향을 반기는 누가 있던 없던 설날 찾아 가는 것이다.
고행하는 순례자처럼 짜증나는 교통 혼잡을 해치고서...
고향이 없는 사람, 고향을 잃은 오늘의 사람은
이 아름다운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정서적 마음의 삭막함이 항상 지니고 살고 있다.
스스로의 이해를 할 수 없는 삭막함이다.
고향 고향 가슴 아린 단어인 것 같다.
2004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