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 본다면
글쎄 아무 일도 없는 것
바람 차갑지만
마음은 훈훈한 것 같아
얇은 옷을 입고 어디론가 훨훨
한 바퀴 돌아왔다
그 새에 목련이 피어
봄이 지나갈까 허둥대며
매화
아침에 아파트 건물 사이로
맑게 비추인 햇볕이
아무래도
우수경칩이 지나간 어제를
기억하는지
겨울 빛을 숨기고
초봄의 기운을 담아 온 듯
하더니 뺨으로
스치는 바람이 시리지만
가슴엔 훈훈한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내가 봄을 기다리는 줄
아나보다
할미꽃
그저 봄이 어디로 오든지
춘 삼월이면
할미꽃부터 시작해서
매화랑 모두
피어나는 것이 이치인데
부산하게 봄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은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분간키는 어렵다만
그래도 봄은
저문 세월끝에 서있는
내게도 기다려지는
계절인 것을
동 백
언제 온다는 것을 일일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멀리 창문 밖으로 보이는
개천 뚝 끝이 약간은
초록빛 머금고 양지쪽 뚝방에
황소가 나른해 보이니
오실이 그 시간이 곧 이를 듯하여
손 뼘에 닿지도 않은 작은
테라스에 겨울 먼지가
오시는 길에 밟힐까 마음 조려
물로 씻고 빗질하며
흥얼흥얼 마음 들떠 보는데
먼저 핀 동백꽃이
송이채 뚝뚝 떨어지며
역겨운 듯 실눈뜨고 처다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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